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해 찬성 192표로 탄핵안을 가결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야권 의원(191명)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뒤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한 국민의힘에서는 조경태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전날 한 총리가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하자 곧바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해 같은 날 오후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안 표결은 본회의 보고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진행해야 한다.
이날 본회의 표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당 의원들은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여야 간 입장차가 컸던 한 총리 탄핵안 가결정족수를 놓고 우 의장은 야당 주장대로 국무위원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151석)으로 결정했다. 그러자 대통령에 준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고 “원천무효”“의장사퇴” 등을 외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는 동안 야당 의원들이 하나둘씩 표결에 참여했고 우 의장이 20여분 뒤 “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시작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대대행' 체제가 출범했지만, 정부의 리더십 아노미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이 관철될 때까지 후임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소 구성 방해는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6명으로 가다가 4명이 되기를 기다려 아예 내란 심판 원천 불가와 권한대행 영구지속의 대혼란으로 가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오늘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에 따라 한 총리를 탄핵한다”며 “윤석열을 파면하고 옹위 세력을 뿌리 뽑아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는 순간까지 역량을 총결집해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전까지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을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가 6인 체제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개시한 만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임기를 마치는 4월 18일 이전까지는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는 초조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 재판관의 지명은 대통령 몫이기 때문에, 현재 직무가 중단된 윤 대통령은 지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4인 체제로 접어들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는 자동으로 중단된다. 탄핵 심판은 6인 이상 찬성해야 인용된다.
이날 국회에서 한 총리 탄핵안이 통과했지만, 의결정족수에 대해 여당이 반발하고 있어 여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청구서에서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국회의장)은 탄핵안에 대해 대통령에 준하는 가중 탄핵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중대한 위헌적 해석”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