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정부에서 두 번의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총리의 55년 공직생활이 탄핵으로 멈춰섰다. 한 총리는 27일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입장문을 내고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으려 직무를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한 총리의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 200석, 더불어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무총리 기준인 151석이라 주장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단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한 총리는 탄핵안을 수용하면서도 “여야 합의를 청한 것에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스물아홉 번째 탄핵안으로 답한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법정 다툼도 예고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탄핵안 정족수의 결정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다는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야당의 탄핵 사유도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독대하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당부했다. 한 총리는 국회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이 총리실에 접수된 뒤 청사를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저의 직무는 정지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굳건하게 작동할 것”이라 말했다.

한 총리는 입장문에서 “‘왜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느냐’고 묻는 분이 계시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며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결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한 대행은 “고건 전 권한대행도 위헌 요소가 큰 법안은 재의요구를 했고, 국회도 받아들였다”며 “헌정사에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아직 없다. 거부권과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충원이 얼마나 시급한지 잘 알고 있지만, 충원 못지않게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며 “헌정사의 전례를 뛰어넘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