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교차로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운영 중인 김주술(69)씨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2005년부터 구두 수선비 일부를 모아 19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황희규 기자
나눔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며, 얻는 것도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KT그룹의 ‘희망나눔인상’ 수상자로 부부가 공동으로 선정된 김주술(69)씨와 아내 최영심(70)씨가 한 말이다. 광주광역시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씨는 “힘든 시절을 겪어보니, 고통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다.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어 나눔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광주 동구 대인 교차로 인근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6일 가게에서 만난 김씨는 이날 구두 수선비로 받은 5만원 중 1만원을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김씨는 “버는 돈의 최소 10%에서 많게는 50%까지 저금통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교차로 구두 수선가게. 이 구둣방을 운영하는 김주술(69)씨는 아내와 함께 2005년부터 구두 수선비 일부를 모아 19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황희규 기자
김씨 부부는 2005년 다니던 교회의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한 후 19년 동안 기부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34차례에 걸쳐 2500여만원을 광주 북구와 동구 등에 기부했다. 최근 KT그룹에서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일부도 기부했다고 한다. 김씨는 2021년 말 광주시 명예의 전당 1호로 헌액되기도 했다.
김씨 부부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광주 북구청이 교회 이름으로 기부를 해오던 부부에게 “한 할머니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13만원이 없어서 못 하고 있다. 기부금을 할머니의 응급 수술비로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연락해 왔다. 김씨 부부는 이에 흔쾌히 승낙했고, 이때부터 김씨 부부의 기부 내용이 알려졌다고 한다.
지난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교차로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운영 중인 김주술(69)씨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2005년부터 구두 수선비 일부를 모아 19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황희규 기자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김씨는 16살 때 형님 지인의 도움으로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이후 1년 만에 광주 충장로의 한 양화점에 취직했고, 30살쯤엔 직접 양화점을 차렸다. 김씨는 “창업 당시 9명의 직원을 둔 양화점은 해마다 사업이 번창해 돈을 벌어들였다”며 “라디오 방송에 구두 협찬까지 하면서 양화점을 모르는 택시기사가 없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유통업에 손을 댔다가 1999년 10억원 규모의 투자사기를 당했다. 당시 전 재산을 잃은 김씨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2004년 2평 남짓한 구둣방을 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24명의 제자를 키워내며 기부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교차로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운영 중인 김주술(왼쪽)씨와 아내 최영심씨가 기부금을 모으는 빨간색 돼지저금통을 들고 있다. 김씨 부부는 2005년부터 구두 수선비 일부를 모아 19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KT그룹 희망나눔재단
김씨는 ‘구두장인’ 또는 ‘기부 천사’ 별명으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구둣방을 찾는 손님 중 일부는 수선비보다 돈을 더 내거나, 거스름돈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는 “기부 활동과 함께 열심히 돈을 벌어 작은 양화점을 다시 차리는 게 꿈”이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보다 많은 이웃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교차로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운영 중인 김주술(69)씨가 구두를 수선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2005년부터 구두 수선비 일부를 모아 19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황희규 기자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