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1kg에 27000원…이상고온에 겨울 과일 '금값' 됐다

겨울철 대표 과일인 감귤과 딸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뉴스1

겨울철 대표 과일인 감귤과 딸기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뉴스1

두 자녀를 둔 주부 A씨는 요즘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 가격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과일을 좋아하는데 딸기 값이 워낙 비싸서 장바구니에 담을 엄두가 안 난다”며 “그나마 저렴했던 귤도 가격이 작년 겨울보다 많이 올라 과일 먹는 걸 줄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상고온의 여파가 겨울철 과일 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딸기와 감귤 등 겨울에 즐겨 먹는 제철 과일들의 가격이 예년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을 보면, 26일 기준으로 딸기 상품의 소매가격은 2719원(100g)을 기록했다. 딸기 1㎏을 사려면 2만 7000원 이상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평년(2117원)과 비교하면 28.4%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2403원)보다도 13.2% 비싸다. 딸기값이 오르면서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들도 겨울 시즌에 내놓는 딸기 음료와 디저트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겨울에 가장 즐겨 먹는 감귤은 물가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 노지 감귤(M과)의 가격은 10개 기준 4290원으로 평년(2901원)보다 1.5배 가까이 비싸졌다. 지난해(3853원)보다는 11.3% 올랐다.

길어진 폭염 탓에 작황 부진 이어져

올겨울 과일값 급등의 주요 원인은 이상기후다. 10월 초까지 폭염 수준의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딸기 정식(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것) 시기가 늦춰지고, 초기 생육도 지연된 탓에 출하량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11월에 내린 때 이른 폭설로 일부 농가가 피해를 본 것도 겨울철 딸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감귤 역시 유난히 길었던 폭염의 여파로 껍질이 벌어지고 터지는 열과 현상이 나타나는 등 작황 부진을 겪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열과 피해 및 부패과 발생 증가로 인해 이달 감귤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8.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플레이션 현실화 “날씨 충격에 신선식품 물가 상승”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감귤을 고르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감귤을 고르고 있다. 뉴스1

기후변화는 최근 들어 장바구니 물가를 흔드는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후플레이션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극한 날씨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작물가격 상승률은 0.4~0.5%p,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 충격은 과일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온과 강수량 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평균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도 오르면 신선식품 가격은 최대 0.42%p 상승하고, 강수량이 100㎜ 증가하면 가격은 최대 0.93%p 상승하는 등 날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날씨 충격 빈도와 강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입 확대 등 농산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품종 개량 등 기후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품종 개발 등 기후위기 적응 대책 필요”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열린 ‘제1차 기후전략 간담회’에 참석해 기후변화 관점의 물가 상승 요인과 전망에 대한 발표를 듣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기후전략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김완섭 환경부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S타워에서 열린 ‘제1차 기후전략 간담회’에 참석해 기후변화 관점의 물가 상승 요인과 전망에 대한 발표를 듣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기후전략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기후위기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과 가격 인상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26일 김완섭 장관 주재로 1차 기후전략 간담회를 열고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물가 전망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재 KDI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국내 기후환경에 적합한 농작물의 품종 개발 등에 힘쓰고,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 변동이 전반적인 물가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후전략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 등을 내년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수립할 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