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변호사의 ‘죄와 벌’] 전두환 내란죄 다시보기
그 이후 동이 틀 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법무부에서 국무회의 준비를 담당하는 법무심의관과 탄핵심판 등 국가소송을 지휘하는 송무심의관으로 일했던 터라, 마치 내가 여전히 공무원인 것처럼 마음이 황망해졌다. 작은 일이지만 나름 보람을 느끼면서 열심히 일했고 그렇게 작은 일을 성실히 하는 공무원들이 많은데 저런 대형 사고 한 번으로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허탈감도 느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에서 작은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돕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스트라이커가 우리 편(같은 공무원이라는 의미에서) 골대를 향해 돌진해서 자살골을 넣고 있는 것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하여 탄핵과 수사가 두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이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죄와 벌’을 다루는 이 글에서는 내란죄 성립 여부를 말해보려 한다. 형법 제87조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의 핵심 요건인 ‘국헌문란의 목적’과 ‘폭동’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이번 12·3 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으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두환 등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1997년 4월 17일 선고 96도3376)이 기준을 제시한 바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국회 봉쇄, 국헌문란 목적 인정 가능성
전두환 사건에서 내란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부분은 주로 1980년 5월 17일 자정에 발령된 비상계엄 전국확대와 그 직후 이에 반대하기 위해 일어난 광주 시민들에 대한 무력 시위진압과 살인 부분이다. 12·12로 군을 장악한 전두환이 1980년 4월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직하며 모든 정보를 장악한 채 국내 정치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자, 5월 초부터 대학생들이 전두환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정치권은 4년 중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에 합의하고 의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를 5월 20일로 잡았다. 그러자 전두환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5월 17일 24시부터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정당 및 정치활동 금지, 국회 폐쇄, 국가보위비상대책위 설치 등의 조치를 내리고 학생, 정치인, 재야인사 2699명을 구금하였다. 이때는 국회가 계엄 해제요구를 결의하지 못했다. 비상계엄 전국확대 직후 무장 군인들이 신속히 국회의사당을 통제해 버리기도 했거니와 보다 근본적으로 당시 적용되던 유신헌법에는 국회에 계엄해제요구권이 없었고 오히려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전두환 등의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가 그 자체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첫째,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하여.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을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전두환 등이 부분계엄(국방부 장관이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한다)을 전국계엄(대통령이 직접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한다)으로 확대함으로써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배제하는 동시에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의 관여도 배제하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내각을 무력화시켰으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12·3 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이 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하지 못하도록 군과 경찰이 국회출입을 막고 심지어 일부 정치인을 체포, 감금하려고 한 정황도 나오고 있는데, 위 판례에 따르면 이는 국회나 국회의원이라는 국가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될 것이다.
둘째, 폭동에 대하여. 대법원은 전두환의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그 자체로 ‘폭동’이라고 보았다. 폭동을 하려면 폭행,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비상계엄 전국확대가 일반 국민에게는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일종의 협박행위’라고 규정한 것이다. 1980년 5월 17일 밤 비상계엄 전국확대를 위한 심야 국무회의가 이루어질 당시 병기를 휴대한 군인들이 국무회의장을 포위하고 국무위원들의 외부 연락을 차단한 것도 폭행,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폭동이 되려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로 인한 폭행, 협박이 우리나라 전국의 평온을 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판례가 바뀌지 않는 한, 위 판례에 의하면 윤 대통령이 12·3 계엄을 도모한 행위는 내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닷새만에 한 대국민 담화에서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곧바로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이지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무관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입니다”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계엄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원래 없지만 계엄 선포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법원이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수 있다고 했다.
심판자 압박하고 룰 바꾸려 해선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