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서 운동? 매일 매일? 뭐가 좋을까…의외의 결과

윤영호의 즐거운 건강

‘주중에 힘들었으니, 주말에는 쉴 자격이 있지.’

하루 왕복 2시간 거리를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던 40대 초반 남성이 피로와 스트레스로 지친 몸과 마음을 주말에 푼답시고 늦잠과 TV 보기를 즐기는 자신을 위한 변명이다.

주말을 매번 그렇게 보내던 그는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내가 피곤한 이유는 일이 힘든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피곤하다고 계속 잠만 자고 쉬기만 하면 근육은 위축되고 심폐기능이 더 약해져 더 피로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운동을 하면 체력이 좋아질 것이고, 체력이 좋아지면 업무와 스트레스를 감당할 능력이 향상되고 정신건강도 좋아지는 선순환으로 전환될 수 있다.’

암 재발막는 가장 강력한 예방법
그는 환자에게 권하던 건강 지식을 스스로는 실천하지 못했던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셀프 코칭했다. 그날 바로 가까이 있는 산에 올라갔다. 한번 생각을 바꿨다고 습관이 되지 않았지만, 다시 산행을 시작하곤 했다. 출퇴근길에도 차 운전보다는 대중교통,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대중교통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걷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의 전환점은 몸의 변화를 일으켜 체중은 줄고 피곤함은 사라졌다. 사실은 지금은 만성질환자나 암 환자에게 자신 있게 운동을 권하는 필자의 과거 이야기다. 그때와 달리 환경이 바뀌어서 주말 등산보다는 매일 달리기를 한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우리는 현대 문명에게 달리기와 빠르게 걷기 기회를 빼앗긴 대가로 심장병·중풍·당뇨병·우울증·고혈압, 각종 암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중등도 이상의 신체 활동은 신체적 기능을 개선하고, 스트레스 극복 및 정서적 안정 등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질병에 걸려 약을 복용하거나 치료를 받아 잘 관리가 되더라도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의학적 치료 효과와는 다른 긍정적 효과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치료가 끝난 후 재발을 막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예방법은 유산소 운동이다. 최근 발표한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걷기 실천율이 겨우 절반을 넘었고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실천율은 26.6%에 불과하다.

유산소 운동은 현대인의 각종 신체 및 정신 질환을 예방하는 최고의 건강 습관이라는 사실은 독자들도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겠지만, 최신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았다.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우선, 유산소 운동의 정확한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40세 이후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 기대수명이 5년 이상 길어진다. 1시간만 더 걸어도 6.3시간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 운동의 사망 예방 효과는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람에게서, 그리고 고령층에서 가장 큰 건강과 수명 연장의 효과가 있다.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하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고강도 운동은 일주일에 75분 이상을 권장한다. 나이에 따른 권장량은 동일하다.

운동 거리·시간 등 단계적으로 늘려야
운동을 매일 해야 하나? 아니면 주말에 몰아서 해도 괜찮은가? 미국심장협회가 발간하는 ‘순환(Circulation)’에 2024년 9월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운동량을 따른다면 주말에 몰아서 운동하는 것은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과 건강 효과가 같았다.

규칙적인 운동 습관에 효과적인 패턴
◦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찾기
◦ 운동을 좋아하고 운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지인 찾기◦ 
◦ 가까운 거리의 목적지는 무조건 걷기
◦ 나에게 재미있고 흥미가 생기는 운동부터 시작하기
◦ 운동시간을 미리 정해두고 그 시간에는 다른 약속을 잡지 않기
◦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와 할 수 있는 시간, 장소 확인하기
◦ 운동은 ‘식사, 양치와 같이 일상적인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기
◦ 외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동(요가, 스트레칭)을 대체할 활동 찾기
◦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 이용
◦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반드시 일정한 거리 걷기
◦ 운동 습관을 점검하기 위한 운동 일지를 작성하기
◦ 걸을 때는 운동이 될 정도로 빠르게 걷기
등산이나 달리기보다 걷기를 한다면 하루 얼마나 걸어야 하나? 매일 최소 4000보 이상 걸어야 하고, 8000보까지는 많이 걸을수록 건강 효과가 증가하지만, 그 이상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루 8000보는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주당 약 150분의 중강도 신체 활동에 해당한다. 대신 빠르게 걸어야 한다.

만성질환이 오래된 경우에는 운동부하검사나 심장 CT 스캔을 통해 관상동맥들의 협착 상태를 간접적으로나마 미리 본다면 사전에 어느 정도 심장마비를 예방할 수 있다.

활동의 제약이 많은 시대에 줄어든 운동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나름의 요령이 있다. ‘규칙적인 운동 습관’에 효과적인 행동 패턴을 따르면 도움이 된다.(세번째 그래픽 참고) 시작이 반이다. 일단 운동복을 입고 30분 걷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힘들면 매일 15분 산책부터 시작해 6개월 목표로 단계적으로 거리·시간·속도를 늘려나가자.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대신 건강기능식품으로 때우려 하는 분들이 많다. 효과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해롭기도 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건강을 챙겨주고 싶은 분에게 새해에는 비싼 건강기능식품보다는 운동화나 운동복을 사거나 선물하자. 진정한 건강을 배려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겸 서울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명예이사장. 삶의 질 연구 및 완화의료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가정의학 전문의다. EBS ‘명의’에 소개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연명의료결정법’ 법제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 『명품건강법』 등 다수의 저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