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수소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이 폭발하면 사람이 죽는다는 거다. 수소차가 폭발하면 여러분이 누구인지 식별조차 불가능하다.”
어떤 정치적 맥락도 없이 불쑥 나온 수소차 비판. 그러나 이 뜬금없는 발언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키’는 있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대선 기간에 약 4000억원을 트럼프 후보에게 ‘올인’하며 순식간에 최측근으로 떠오른 인물이었다. 전기차 사업을 하는 머스크 입장에선 가장 불편한 경쟁자가 수소차일 수 있다. 실제 미국 내 많은 자동차 업체들은 저 뜬금없는 수소차 비판의 배후로 머스크를 의심하고 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선 차기 정권과 손잡은 머스크가 가장 큰 위협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계 들쑤신 ‘머스크 파워’
그런데 이에 앞서 이른바 ‘빌드 업’ 과정이 있었다. 머스크는 트럼프보다 한발 앞서 임시예산안 합의에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의회를 압박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150건 넘는 글을 올리며 예산안에 합의한 공화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 터무니없는 예산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이 있다면 2년 내 퇴출당해야 마땅하다” 등의 내용이었다.
결국 머스크는 공화당 내부를 흔드는 데 성공했다. 다수 의원이 머스크의 반대 입장을 지지하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당 지도부는 끝내 부채한도 유예를 포함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수정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부채한도를 더 늘리는 방안은 내년으로 넘기기로 하면서 정부 셧다운은 가까스로 피하게 됐다. 셧다운 위기로 이번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예산안부터는 부채한도 증액 부문을 명확히 한 셈이다.
‘비공식 대통령’으로 불리는 ‘비선 파워’

트럼프 당선 직후 트럼프 일가와 기념촬영을 한 머스크(오른쪽 끝에서 두 번째). 사진 X 캡처
AP통신은 “분명한 것은 ‘정치권력 머스크’의 부상”이라며 “이런 수준의 영향력은 그의 막대한 부로 가능해졌다”고 진단했다. 머스크는 대선 기간에 트럼프 측에 2억7400만 달러(약 4000억원)를 쏟아부었다.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트럼프에게 다가섰고, 대선 캠페인에도 직접 뛰어들면서 최측근을 꿰찼다. 당선 직후 정권 인수팀이 꾸려지자 아무런 직책도 없는 그가 회의에 참석했고, 정부 인선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아예 그를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정부 예산 집행을 효율화한다는 명분으로 머스크가 대규모 공무원 감원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공직에까지 관여하는 그가 테슬라 CEO라는 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자신의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에 개입한다면,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하다. 실제 머스크의 개입으로 예산안을 새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미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빠졌다.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델라웨어)은 CNN과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상하이에 대규모 공장이 있기 때문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머스크 ‘브로맨스’ 언제까지?

신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