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1064조원 역대 최대…연말 매출마저 줄었다

29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29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이 계속 늘면서 1064조원을 넘어섰다. 매출을 회복해야 돈을 벌어 빚을 갚을 수 있지만, 계엄‧탄핵이라는 정치적 이슈로 송년회 등 연말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내년에도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과 연체율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 늘고, 연체율도 오르고

29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인 1064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1060조1000억원)보다 0.4%(4조3000억원) 증가했다. 직전 분기대비 자영업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0.1%로 떨어지면서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올해 들어 1분기(0.3%), 2분기(0.4%) 다시 높아졌다.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빚을 대거 늘렸던 자영업자가 이를 갚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한은은 3분기 말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액을 18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2분기 말(15조9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세웠다.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7%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업권별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을 비교했을 때 저축은행(11%), 상호금융(4.37%) 등이 은행(0.61%)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 대출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속했다는 의미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실제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대중채무자면서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3분기 말 11.55%(한은 금융안정보고서)로 치솟았다. 2013년 3분기(12.02%) 이후 최고치이자 역대 최고치(2012년 3분기‧13.98%)에 근접한 수준이다.

연말인데도…카드 매출 감소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섬에 따라 자영업자 이자 부담이 줄어 벼랑 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점차 줄고 있다. 일단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KB국민‧신한‧삼성‧현대카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20일 4개 카드사 합산 매출은 28조2045억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28조7997억원)보다 2.1% 감소했다.


통상 연말엔 송년회 등 개인 모임이나 회식이 몰려 매출액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달 초 비상계엄과 이후 탄핵 정국의 여파로 인해 음식점과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매출 감소세가 유독 컸다. 예컨대 삼성카드의 1~20일 일반음식점 매출은 전월보다 4.1%, 같은 기간 KB국민카드의 유흥업 매출은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이나 술집 등은 대표적으로 자영업 비중이 높은 업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