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항철위) 조사관들이 사고 여객기에서 ‘비행기록장치(FDR, Flight Data Recorder)’에 이어 ‘조종석 음성녹음장치(CVR,Cockpit Voice Recorder)’도 찾아냈다.
FDR은 항공기의 3차원적인 비행경로와 각 장치의 단위별 작동상태를 디지털, 자기 또는 수치신호로 기록하는 장치이며, CVR은 조종석 내에서 기장과 부기장 등 승무원간의 대화, 관제탑과 승무원간의 교신 내용, 항공기 작동 상태 소리 및 경고음 등이 모두 녹음돼 있다.
통상 추락사고 등으로 지면과 충돌할 경우 장비 파손을 막기 위해 항공기 뒷부분에 탑재한다고 한다. 이 두 블랙박스를 분석하면 사고 당시 상황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원인 조사에 가장 중요한 실마리는 확보한 셈이다.
특히 CVR은 항공사고를 조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주는 요소라고 평가된다. 조종석 내 실시간 음성기록을 통해 왜 사고가 났는지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CVR 발견 덕에 뒤늦게 정확한 사고 진상이 밝혀지거나, 그동안 추정해온 원인이 아예 뒤집어져 버릴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문제는 블랙박스의 훼손 정도다. 사고 데이터를 어렵지 않게 다운로드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수개월가량 걸리지만 외벽 충돌과 화재 등의 여파로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등에 보내서 분석을 의뢰해야 해 결과를 알기까지 길게는 2~3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현재 사고 원인을 두고는 우선 버드스트라이크(Bird Strike, 조류충돌)로 인한 엔진 파손과 랜딩기어 관련 유압장치 고장 등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엔진 2개 중 하나가 살아있고, 또 유압장치가 고장 나도 이에 대비한 비상장치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조류충돌만으로 이 같은 대형사고가 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항철위 관계자도 “항공기는 제작 때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하는데 당시에 왜 이런 기능들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또 왜 동체착륙 때 속도가 그렇게 빨랐고, 날개 플립같은 속도를 줄일 장치들이 왜 작동 안 했는지 등 밝혀야 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CVR과 FDR의 기록을 일일이 맞춰보고 해야 하므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는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라며 “지금은 팩트확인이 가장 중요한 시점인 만큼 섣부른 원인 추정과 주장 등은 자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