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일정 맞춰 여행 잡아
2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는 방콕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전 1시 30분(실제 출발시간 2시11분) 쑤완나품 공항을 출발해 오전 8시 30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8시 54분 사고기의 착륙을 허가했고 57분엔 조류 이동 주의를 통보했다. 이후 2분 뒤인 59분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요청했다.
사고기는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의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를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9시 3분쯤 랜딩기어(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를 내리지 않은 채 착륙하다 멈춰 서지 못하고 활주로 끝 외벽을 들이받으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동체착륙에서 충돌까지는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가 안 펴진 건 통상적으로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며 "조류 충돌로 인해 조종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기체 이상으로 1차 복행(Go Around)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긴급하게 19활주로 방향으로 착륙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박스 수거는 이미 완료한 상황으로 통상적으로 조사에는 짧으면 6개월, 길게는 1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행이란 항공기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착륙이 불가능하다 여겨질 때 조종사의 판단에 따라 다시 이륙하는 상황을 말한다.
동체착륙에서 충돌까지 12초
화염에 휩싸인 사고기는 9시 46분 초기 진화가 완료됐다. 이어 9시 58분쯤 사고기 후미에서 사망자 28명이 확인됐다. 당시 사고기에는 탑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해 있었다. 탑승객 중 173명은 한국인, 2명은 태국인이다. 지금까지 승무원 2명이 구조된 것 외에는 생존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 정비 불량, 조류 충돌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사고기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할 당시 랜딩 기어가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 사고기는 동체가 바닥과 맞닿은 채 활주로를 그대로 직진했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사고기는 2800m 길이의 활주로가 끝난 뒤에도 멈추지 못했고 공항 활주로 끝단의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오전 10시 10분 사고조사위원회가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아직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공항 활주로 길이 짧아 큰 피해 발생?
2007년 11월 개항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짧은 편이다. 인천국제공항(3750~4000m)과 비교하면 길이가 25~30%가량 짧다. 서울 김포국제공항 제1활주로는 3200m, 제2활주로는 3600m고, 부산 김해국제공항 제1활주로는 3200m, 제주국제공항은 3180m다.
이에 전라남도는 2010년 이후 꾸준히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을 정부에 요청했다. 현재 360m를 연장해 총 길이를 3160m로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지난 8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다. 제주항공이 국토교통부에 한시적 겨울 정기노선을 신청하면서 개항 17년 만에 무안공항에서 국제선 정기노선 운영이 시작됐다. 제주항공은 7C2216편과 7C2215편 등 두 개 여객기로 방콕과 무안을 오갔다.
제주항공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피해를 보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우선 사고 수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