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격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12/30/a492fcf2-1c93-46c8-8985-d75e319adc8f.jpg)
지난 10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격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빅테크 원하는 H-1B, 트럼프 “훌륭한 프로그램”
머스크 등이 H-1B 확대를 줄기차게 부르짖는 건, 미국 빅테크 핵심 인력 중 상당수가 H-1B 소지자여서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MS 재직 초기에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다시 H-1B를 받아 아내를 인도에서 미국으로 데려온 일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오픈AI 내홍으로 일리야 수츠케버 등 핵심 인재들이 퇴사하려 하자,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퇴사 때문에) H-1B 비자에 문제가 생기는 분은 우리 회사로 오라”라고 공개 초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의 H-1B 신청 거부율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으나, 2기에서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한 H-1B 확대’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는 혁신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미국의 추세와도 맞물린다. 지난 22일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수출 제재만으로 중국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을 이길 유일한 길은 미국이 더 빠르게 혁신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에 기술 유출, 미국에 인재 유출 위기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당일 채용 확정 가능'을 내세워 국내 대학 취업설명회를 했다. 사진 마이크론
그러나 좋은 조건으로 미래 인재를 데려가는 미국의 ‘정공법’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따라잡으려는 미국 마이크론은 이번달 경북대·건국대·서울시립대·부산대 등 전국 대학에서 ‘당일 채용 확정도 가능하다’며 설명회를 열고, 반도체 인재 입도선매 중이다. “어린 자녀 둔 30~40대 엔지니어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트럼프 시대에 좁아질 줄 알았던 이민의 폭이 반도체 인재에 넓어지는데, 급여와 기업 문화, 양육 환경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총체적으로 떨어진다는 거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52시간 제외’ 규정 이견으로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대만 전자노조가 ‘경쟁력 부족은 기업이 무능하기 때문이지, 노동시간 탓이 아니다’고 비판하더라”라며 거들고 나섰다. ‘전교 1등이 자기는 밤 안 샌다고 하던데’라는 식의 논리다.
‘52시간 예외’가 반도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저성과자 해고는 어려운데 노동 규제는 심해 조직에 긴장도 보상도 주기 어려우며, 이것이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위기감이 공유조차 되고 있지 않다면 더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