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모두 수거해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이송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수거한 블랙박스는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다. CVR은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를 비롯해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항공기 작동음 등을 기록한다. FDR은 사고 항공기의 비행 경로와 각 장치 작동 상태를 기록한다.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 부품이다.
다만 CVR의 경우 진흙 등 오염물질이 묻어 이를 제거 후 분석할 수 있지만, FDR은 연결부가 일부 훼손된 상태로 수거됐다. 만약 FDR 훼손 정도가 심하다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조사를 맡겨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해독 작업만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 주 실장은 “블랙박스 두 개 가운데 한 개가 외형이 손상된 상태”라며 “오전 중에 김포공항에 이송해 전문가들이 어떤 부분이 훼손됐고, 어느 정도 데이터 추출이 가능할지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탑재용 항공일지 등 추가 증거자료를 회수했다며, 이에 대한 분석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고조사와 관련해 NTSB(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참여하고 보잉(제작사)·CFMI(엔진제작사)는 참여를 협의 중이다.
국토부는 이날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활주로 인근의 콘크리트 재질 둔덕과 관련해선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실장은 “무안 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말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다.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이런 방위각 시설이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국내외 규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는 착륙 도중 방위각 시설에 이어 담벼락에 부딪히면서 기체가 두 동강이 나며 참사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주 실장은 “방위각 시설은 임의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 규정이 있다”며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사고 여객기는 1번 방향에서 180도 바꿔 19번 방향 활주로로 진입하면서 전체 활주로 길이의 3분의 1 지점에 착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륙 지점은 대략 활주로 19방향으로 봤을 때 3분의 1 지점으로 추정된다”며 “ 3분의 1 지점에 먼저 착지하고 활주로 끝을 초과해서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에 따르면 사망자 중 141명의 신원은 확인됐지만 38명은 DNA분석 및 지문 채취를 통해 검찰청·국과수가 신원을 확인 중이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유가족과 협의해 장례식장으로 이송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