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유가족들이 고개를 숙이고 슬퍼하고 있다. 뉴스1
오전 1시 50분쯤 탑승자 중 13명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되자 무안공항 2층 곳곳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여성이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주저앉자 옆에 있던 여성의 부축해 공항 2층에 마련된 텐트로 이동했다. 붉게 상기된 채 텐트 안으로 들어간 여성은 30분가량 계속해서 흐느꼈다. 이외에도 무안공항 1층과 2층에 마련된 텐트형 재난구호쉘터 곳곳에선 울음소리와 탄식이 들렸다.
이날 오전 3시 50분 기준 사망자 137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이 중 91명은 임시안치소인 공항 내부 격납고로 옮겨졌다. 사고 발생 22시간이 지났지만, 시신의 훼손이 심한 경우 신원 확인에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29일 자정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유족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고 “사망자가 179명에 달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국과수에 검안의 추가 파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시신의 신원확인과 시신 인계가 늦어지면서 곳곳에선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후 나 수사부장은 오전 3시 20분쯤 다시 유족 앞에 서 “시신 편(조각)의 주인이 누군지 확인해야 감식이 끝난다. 일주일이 넘어서 시신을 인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 수사부장이 말을 마치자 유족 중 일부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족 임시 숙소인 목포대학교 기숙사 2인실. 오전 7시쯤 기숙사에서 나온 유족 김모씨는 “추워서 하나도 못 잤다. 바닥이 너무 차다”고 말했다. 김창용 기자
임시 숙소인 목포대학교 기숙사에 머문 유족 21명도 밤잠을 설쳤다. 난방이 잘되지 않고 구호물품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전 7시쯤 기숙사에서 나온 유족 김모씨는 “추워서 하나도 못 잤다. 바닥이 너무 차다”고 말했다. 오전 2시쯤엔 한 유족이 "왜 구호물품을 안 가져뒀냐"고 묻자 제주항공 관계자는 “준비는 돼 있는데 못 가져왔다”는 말을 반복했다. 오전 7시 기준 제주항공에서 준비한 구호물품은 끝내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유족들은 밤잠을 설친 채 오전 7시부터 신원확인 등을 위해 목포대를 떠나 다시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신을 안치할 냉동고가 설치될 예정이지만 유족들은 시신의 추가적인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한 남성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어머니·아버지 시신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고 바닥에 있다”며 “36시간 안에 우리 엄마·아빠 부패 안 된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 9시 기준 141명의 신원이 확인됐고, 나머지 38명에 대해서는 DNA 분석이 진행 중이다.
한편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공항 2층 대합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유가족협의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대표단을 중심으로 향후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