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30일(현지시간) “항공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이 영향을 줬을 거란 데 대해 의문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항공안전 전문가이자 루프트한자의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로이터에 “랜딩기어가 올라가 있었다면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가 손상될 가능성이 낮고, 만일 랜딩기어가 내려갔다면 이를 다시 들어올리는 게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추진 장치를 제외한 브레이크 시스템 대부분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29일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탑에서 사고 여객기에 조류 활동 주의 경보를 내린 뒤 2분 뒤인 59분께 조종사가 조류 충돌을 언급한 점을 근거로 우리 정부는 조류 충돌에 따른 랜딩 기어 고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에어라인 뉴스의 편집국장인 제프리 토마스도 “조류 충돌이나 랜딩기어 문제는 아주 없는 일도 아니다”라며 “통상적으로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비행기 동체 이상의 원인이 되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항공전문가인 그레고리 알레기 역시 “조류 충돌이 한 원인이 됐을 수는 있지만, 이를 직접 원인으로 보기에는 사고 규모가 너무 크다”고 했다.
사고가 난 보잉 737-800 기종의 터보팬 엔진이 조류 충돌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더그 드러리 호주 센트럴 퀸즐랜드 대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한 언론에 “터보팬 엔진은 팬 날개(fan blade)로 공기를 압축한 후 연료를 분사해 이륙한다”며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하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엔진이 고장날 수 있다”고 기고했다.
반면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공학교수인 나즈메딘 메쉬카티는 뉴욕타임스(NYT)에 “보잉 737-800 기종의 랜딩기어는 설계가 잘 돼있다”며 “버드 스트라이크가 원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정비 불량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조류 충돌이 있었다고 해도 새의 크기, 항공기 속도, 충돌 위치, 엔진 설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버킹엄셔 뉴 대학의 마르코 찬 전임강사는 가디언에 “1㎏짜리 새는 비행기 팬 날개나 주요 부품을 손상할 수 있고, 3㎏이상 조류의 경우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작은 새라고 할지라도 (충돌시) 속도가 빠르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