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내년 2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기업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줄이는 등 세제 개편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한국무역협회(무협)가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 감세를 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 기업에겐 IRA 혜택 축소의 불확실성을 경감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협은 30일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의 세제 개혁 전망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기간 중 법인세 인하와 ‘세금감면·일자리법(TCJA)’으로 불리우는 2017년 세제 개혁 조치의 연장·확대를 공약했다”며 “공화당이 행정부에 이어 의회까지 장악함에 따라 정책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TCJ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행한 세제 개혁 조처로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감세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법인세 감면 공약은 연방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0%로 인하하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15%까지 추가로 내린다는 게 골자다. 그는 2017년 대통령 재임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기도 했다. 무협은 “공화당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경제·통상 기조에 이어 미국 내 생산 기업에 혜택을 주는 감세 정책을 우선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무협은 트럼프 당선인이 개인소득세 감면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만큼 내년 말 일몰이 도래하는 TCJA도 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완공되면 4나노 와 2나노 칩이 본격적으로 생산된다. 로이터=연합뉴스
무협은 트럼프 당선인이 폐지까지 거론한 IRA 보조금 혜택에 대해선 “IRA로 해외투자 유치 등 수혜를 입은 곳이 대부분 미국 남동부 공화당 우세 지역에 있어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우리 기업의 상당한 대미 투자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IRA 세제 혜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한 점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강금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은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오지 않은 IRA 보조금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경감해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법인세율 15%를 적용하는 ‘미국 내 제조’의 기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다. 강 연구원은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에 “세제 개편을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협은 디지털세의 경우 미국 내 입법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세는 이익률이 10%가 넘는 다국적 대기업이면 초과 이익의 25%를 매출 발생국에 내야 하는 필라1과,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해 특정 국가에서 최저 세율(15%)보다 낮은 실제 세율이 적용될 경우 다른 국가가 그만큼 추가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필라2(최저한세 제도)로 구성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에서 논의됐고 유럽은 이미 도입한 곳이 있지만 미국은 반대하고 있다. 무협은 미국이 디지털세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각국의 일방적 과세 조치와 미국의 보복 조치로 국제 조세 합의의 기반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