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은 가격은 지난 10월 30일 1온스당 278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1온스당 2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다 20% 넘게 상승하면서 금값 상승률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강달러 기조에도 금 수요가 폭발하면서 ‘달러가 오르면 금값은 내린다’는 공식이 무색해졌다.
30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2025 글로벌 경제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금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라고 분석했다. 이윤아ㆍ김다인 조사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서방국가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동결 조치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이 크게 상승했다”며 “최근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미 달러화 체제의 불안 가능성 등에 대응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고 짚었다.
내년에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계속되면서 금값 상승세를 부채질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세계금위원회(WGC)가 68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곳 중 3곳(29%)은 향후 12개월 내 금 보유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이는 WGC가 2018년 관련 설문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또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조로 실질금리가 더 하락하면 투자처로서 금의 매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 시티그룹도 내년 금 목표가격을 온스당 3000 달러로 제시하며 투자 성과가 유망한 자산으로 꼽았다.
다만 금 가격 상승 폭은 다소 제한적일 거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의 금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 미 달러화 강세 전망으로 금 투자 수요가 제한될 여지가 있어서다. 실제 금값이 너무 치솟자 중앙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금 매입량이 전년동기대비 49% 하락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금과 경쟁관계인 비트코인 등으로 투자가 분산될 수 있는 점도 금값 상승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