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통신=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탁에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글에서 머스크는 “AfD가 극우로 묘사되지만, 기득권층에게 외면당하는 많은 독일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현실을 다루는 정당”이라며 “극우 정당으로 묘사하는 건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또 AfD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반(反)이민 정책 등을 지지하기도 했다.
AfD는 지난 2013년 설립된 신생 정당이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19%의 지지율을 얻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때 나치 친위대 옹호 발언을 했다가 유럽 극우정당 모임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에서 퇴출당한 전력이 있다.
독일의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29일 독일 푼케미디어 그룹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기고문에 대해 “주제넘은 허세”라며 “서구 민주주의 역사상 우방국의 선거 운동에 (머스크처럼) 개입한 사례가 비슷하게라도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비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공동 대표인 사스키아에스켄은 로이터에 “우리 민주주의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고, 판매 상품이 아니”라며 “외부에서 우리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 AfD와 같은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우리의 격렬한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독일 언론도 기고문을 게재한 매체를 비판했다. 독일 시사잡지 슈피겔은 “이번 선거의 진정한 결투는 숄츠와 메르츠의 대결이 아니라 독일의 민주주의와 머스크일 수 있다”며 “(기고문은) 선전이며, 금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기자협회(DJV)도 “독일 언론이 독재자와 측근들에 의해 오용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기고문을 게재한 매체의 한 오피니언 편집장은 머스크의 글을 실은 회사 방침에 반발하며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된 벨트 암 존탁은 머스크의 기고문 아래에 편집국장 칼럼을 싣고 “독일 사회에 대한 머스크의 진단은 옳을 수 있지만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해법은 완전히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내 반발에도 머스크는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베를린에 연간 최대 50만대를 생산하는 테슬라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참여 권리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개혁당 대표 나이젤 패라지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젊은 공화당 모임 연례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머스크의 유럽 정치권 개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진보 성향인 영국 집권 노동당 키어스타머 총리와 독일 총리 숄츠에 대해 자신의 SNS에서 “무능한 바보”라는 등 저격성 글을 게시해왔다. 하지만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소수야당인 영국개혁당 대표 나이젤 패라지와 만나 최대 1억달러(약 1437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머스크의 이런 행보는 자신이 운영하는 엑스(옛 트위터)와 무관하지 않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의회에서 통과된 ‘온라인안전법’은 엑스를 비롯해 메타 등 거대 SNS 플랫폼에 대해 해로운 내용을 감독하고 삭제할 의무를 담고 있다. 이는 내년 초 발효될 예정으로, 머스크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독일이 이끄는 EU도 앞서 엑스가 ‘디지털서비스법’을 위반했다며 벌금을 물겠다고 엄포를 둔 바 있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극우 성향의 유럽 정당을 포섭하면서 세력을 확장한다면, 제재 흐름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외신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