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24시간 진료' 지역병원 보상 늘리고, 동네 의원 키운다

지난 17일 대전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7일 대전의 한 병원 응급실 앞에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역 거점 병원이나 전문병원이 중증·24시간 진료 등에 나설 때 더 큰 보상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단순 진료를 넘어 만성질환자 등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동네 의원도 더 늘린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활성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이런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이는 의개특위가 마련 중인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에 담길 3가지 핵심 분야 중 하나다.

정부는 우선 종합병원·병원급(2차 의료기관) 기능과 보상 체계를 손질하기로 했다. ‘빅5’로 대표되는 서울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흔들리는 지역 의료를 살린다는 취지다. 지난 8월에 발표한 중증·응급·희귀 질환 중심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 구조 전환의 후속 차원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시작된 구조 전환이 지역·필수의료 생태계 복원으로 이어지려면 병·의원급으로 변화가 확산돼야 한다”며 “지역 환자가 믿고 찾아갈 수 있는 허리 역할을 담당할 병원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수가 올려준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열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열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를 위해 각 지역 내에서 충분한 진료 역량을 가진 거점 종합병원을 키운다. 이른바 '지역 포괄 2차 병원'이다. 이들 병원엔 진료 성과에 따라 수가 인상, 24시간 진료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화상·수지 접합·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를 맡은 전문병원에 대한 보상도 늘어난다. 중증·고난도 진료가 이뤄지면 상급종합병원 수준으로 수가를 올려주고, 24시간 수술·입원 등이 가능하면 응급 진료에 준하는 보상을 제공하기로 했다.

동네 의원(1차 의료기관) 체계도 바꾼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복합·만성질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 환자를 챙길 수 있는 의원을 키우는 게 핵심이다. 단기적인 외래 진료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내 '주치의' 개념으로 환자를 꾸준히,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식이다. 

이런 의원엔 성과 기반 보상 같은 '당근'을 준다.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1차 의료 맞춤형 교육·수련 프로그램 등도 마련하기로 했다. 유정민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현재 7만 개가량인 의원들은 과목별로 분절된 의료 공급만 하고, 환자 건강 관리 등에선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환자 건강 개선을 위해 의원급 진료의 질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음 달 의료개혁 2차 방안 공개할 듯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 의원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 의원 모습. 뉴스1

이번 토론회로 계엄 사태 이후 중단됐던 의개특위 활동에도 본격 시동이 걸렸다. 의개특위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의료개혁 2차 방안을 다음 달 중에 공개할 전망이다.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 나머지 과제도 공청회를 앞두고 있다.

다만 의료계에선 의정갈등 장기화로 신규 전문의 배출이 줄어들면 의료개혁 추진이 쉽지 않을 거라고 지적한다. 제한적인 인센티브 확대만으로 병·의원 구조가 확 바뀌긴 어려울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향후 5년간 30조원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의료개혁에 걸맞은 혁신이 필요한데, 현재로썬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등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병근 센트럴병원 이사장은 "종합병원의 봉직 전문의 급여·대우가 적절해야 하고, 진료 의사들의 형사처벌 두려움을 줄여줄 안전망 확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