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새로운 기술이 총집합하는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가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연초에 개최되는 CES는 글로벌 기업의 한 해 기술·제품 트렌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행사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의 실제 적용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기술들이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올해 1월 초 열린 'CES 2024'에서 관람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30일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등에 따르면 CES 2025의 주제는 ‘몰입(Dive In)’이다. AI·로보틱스·모빌리티·XR(확장현실)·스마트홈·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핵심 테마다. 이전 CES가 AI 기술을 뽐내는 장이었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AI로 모든 걸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성을 ‘발견’하자는 메시지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염승훈 삼정KPMG 테크놀로지 산업 리더(부대표)는 “지난 CES가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CES 2025에서는 AI 기술의 실제 적용과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CES 카테고리에는 패션과 뷰티, 반려동물 등의 새로운 분야가 추가됐다. 지난 CES 2024에서 뷰티 기업인 로레알이 처음 키노트를 맡아 주목을 끌었는데, AI 기술을 접목하는 유통 기업이 늘면서 아예 카테고리를 신설한 것이다. CTA 측은 AI 시대 화두인 에너지 전환과 AI 다음 게임체인저로 거론되는 양자 컴퓨팅 관련 전시관과 프로그램도 새로 만들었다. 모빌리티만을 주제로 한 신규 전시관도 설치된다.
이번 CES는 160개국 4500여개 기업이 참여한다. 한국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 SK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까지 800여곳이 참여해 AI 기술력을 뽐낸다. 출품작 중 가장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에 주는 CES 혁신상에서 트렌드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번 AI 분야 출품작은 전년보다 49.5% 급증했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발표된 최고 혁신상 19개 중 7개는 한국 기업 기술에 돌아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의 오디오 번역 기능을 접목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3 프로를 내놓아 개인용 오디오 부문 최고 혁신상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발굴·육성하는 C랩 스타트업인 고스트패스는 사용자 기기에만 생체정보를 저장·관리하는 생체인증 보안 솔루션으로 핀테크 부문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LG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3년 연속 영상디스플레이와 화질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국내 스타트업 슈프리마 AI 역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방지 AI를 설치하는 기술로 최고 혁신상 영예를 안았다. 일본 소니는 퀄컴 칩을 탑재한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아 최고 혁신상을 받으며 관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삼성전자와 구글 역시 내년 첫 번째 ‘안드로이드 XR 기기’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조연설은 산업 전반의 트렌드와 기술 발전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무대다. 이번에는 X(옛 트위터)와 엔비디아·엑센츄어·파나소닉 같은 전자·IT 기업 말고도 볼보와 델타항공,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 시리우스XM 등이 맡는다. 특히 2017년 이후 8년 만에 CES 무대에 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황 CEO는 차세대 AI 가속기인 블랙웰의 진척 상황을 공유하고 차세대 반도체 등 혁신 비전을 제시할 전망이다. 이번 CES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회동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파나소닉과 볼보 CEO는 에너지를 덜 쓰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델타항공의 기조연설은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가 된 세게 최대 구형 건축물인 ‘스피어’에서 열린다. CTA 측은 “청중들이 델타 항공을 타고 미래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CES는 탄핵 정국 등 여파로 정치인이나 정부 관계자의 참석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들도 참석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 순전히 업계 관계자들로만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이희권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