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하는 손모(44)씨도 이번 달에 잡았던 저녁 약속을 거의 모두 미뤘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공직 사회 내부에서는 일단 몸을 사리자는 분위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손씨는 “가끔 야근하다가 광화문 일대 식당에 가보면 연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휑하더라”면서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술 먹고 떠들 수 있겠나”고 했다.
비상계엄·탄핵에 연말 저녁 소비 ‘뚝’
반면, 같은 기간 주간 시간대(오전 6시~오후 6시) 카드 매출액은 비상계엄이 있던 이달 첫째 주(1.59%)만 소폭 늘고, 둘째 주(6.05%)·셋째 주(3.35%)에는 오히려 상당 폭 증가했다. 주간보다 야간 시간대 소비가 더 저조했다. 이는 한국신용데이터가 소상공인 경영 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160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다.
여의도 연말 매출, 주간만 늘고 야간은 감소
이는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가 없었던 상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서울 대표적 상권인 홍대는 이달 첫째 주(5.9%)·둘째 주(12.9%)·셋째 주(6.31%) 주간 카드 매출액이 전년 대비 상당 폭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야간 카드 매출액은 첫째 주(-5.38%)·둘째 주(0.94%)·셋째 주(-3.79%)에서 큰 폭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광화문 연말 야간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줄어
관공서가 밀집한 광화문은 야간 카드 매출이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대폭 감소했다. 광화문의 야간 시간대 매출은 이달 첫째 주(-8.9%)·둘째 주(-5.92%)에 큰 폭 줄었지만,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인 셋째 주엔 전년 동기 대비(-10.44%)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비상계엄과 탄핵의 여파를 더 크게 받은 공무원들이 특히 저녁 소비를 더 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19 이어 탄핵까지 ‘밤의 경제’ 더 위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저녁 2차 회식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긴 와중에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까지 겹치자 ‘밤의 경제’가 더 위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때부터 시작한 저녁 모임 기피 현상이 비상계엄·탄핵 정국으로 더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저녁 모임이 줄수록 씀씀이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내수 부진이 깊어질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