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발표도 밀렸다…대대행 뛸수록, 텅 비는 경제사령탑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30일 오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30일 오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수습하러 동분서주하면서 ‘경제사령탑’의 빈자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팀 안에서 ‘대행의 대행’을 내세우며 가까스로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환율·내수 등 커져가는 경제 불확실성을 컨트롤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오전 서울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 일명 ‘F4(Finance4)’ 회의를 주재한 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였다. 좌장인 최 권한대행은 여객기 참사 대응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의 자리는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이 대신했다. 

F4 회의는 기재부·한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수장 4명이 모여 현안을 의논하는 자리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5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외국인 투자자들 이탈이 가속화하는 현 상황에서 경제팀을 이끌어야 할 수장 한 자리가 사실상 비어버린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의 가장 큰 업무인데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주요 경제 정책 책임자도 ‘최 권한대행의 대행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이 대표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직전까지는 부총리가 챙겨왔지만, 앞으로는 여력이 있을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부에선 김범석 1차관과 김윤상 2차관을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재부 차관이 맡아야 할 업무는 다시 실장에게 다시 넘어가고 있다. 예컨대 기재부는 지난 29일부터 무안 사고 대응·지원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했는데 TF팀장은 김동일 예산실장이 맡게 됐다. 앞서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었을 때나 2021년 요소수 대란이 있었을 때 만들어진 TF에선 모두 기재부 1차관이 팀장을 맡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실장이 TF팀장을 맡아 다들 의아해한다”면서 “1·2차관 모두 최 권한대행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차마 TF까지 관리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팀 본연의 업무는 뒷순위로 밀리고 있다. 당초 이날 예정됐던 ‘2025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도 밀렸다. 기재부는 매년 연말에 내년도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을 비롯해 종합 경제 정책을 발표한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제대로 된 경제정책 방향성이 나올 수 있겠냐는 지적에 더해 무안 여객기 참사로 발표 시기마저 돌연 순연된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공교롭게도 2025년 경제정책방향도 순연되어 정부 계획을 알 수 없게 됐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뚜렷한 정책 모멘텀이 없다는 점은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팀 과부하도 문제지만 정책 수행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공무원들이 일상적으로 루틴하게 하는 업무는 담당자가 바뀐다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그것보단 변화·혁신 필요한 주요 정책이 6개월 뒤 책임 소재 문제 때문에 이행이 잘 되지 않아 현안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