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하나·우리은행, 대출 목표치 넘겨 페널티 받는다

2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뉴스1

2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대출 안내 현수막이 게시된 모습. 뉴스1

 
올해 시중은행의 낮은 한도ㆍ높은 금리의 ‘대출한파’ 여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경영계획을 지키지 못한 은행에 부과할 페널티 수준을 논의하고 있어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절반이 넘는 3곳이 올해 경영계획상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3개 은행 페널티 검토 예정

30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말 가계대출 잔액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경영계획을 넘어섰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수준의 가계대출을 취급했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목표 초과 은행에 대해 내년 경영계획 수립 때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은행별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30% 안팎인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DSR을 낮추기 위해선 신규 대출의 개인별 대출 한도를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신한‧하나‧우리은행이 내년에 취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페널티 부과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규 대출보다 대환대출을 많이 늘렸거나, 경영계획 자체를 낮게 제출한 은행 등이 있어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율 3%대로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내년도 가계대출 경영계획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단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이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기관은 내년도 한국의 명목성장률을 4% 수준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내년도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GDP 대비 가계대출이 코로나19 유행 당시 대폭 늘어난 만큼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은행별로 내년엔 올해보다 가계대출을 3%대(정책대출 포함) 늘리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책대출을 포함하면 올해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보다 낮다. 관리는 더 촘촘해진다. 올해처럼 가계대출이 특정 시점에 몰리지 않도록 월·분기별 목표치도 정할 예정이다. 각 분기별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비슷하게 유지하도록 한다는 게 금융당국 목표다. 2금융권의 경우 최근 3년간 가계대출 잔액이 꾸준히 줄어든 점을 고려해 은행보다 높은 수준의 가계대출 경영계획을 용인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올해 가계대출 집계가 끝나지 않아 페널티 여부 등을 확정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은행들이 처음 제출한 경영계획 수준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대출 문턱 낮추기 시작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은행권은 내년 1월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MCI‧MCG(모기지보험) 가입 제한을 해제하기로 하는 등 높였던 가계대출 문턱을 일부 낮추기로 했다. MCI·MCG는 가입 때 주담대 한도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가계대출 관리에 따라 줄였던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다시 늘리고, 주담대 대환대출을 허용하는 은행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 주담대나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 제한은 유지하는 등 빗장을 완전히 풀기까진 금융당국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30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30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대출 규제가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확대된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이 취급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는 1~1.27%포인트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모두 1%포인트를 넘어선 건 202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의 여파가 예금금리에서 주로 나타난 영향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로 먼저 대출 문턱을 낮출 예정”이라며 “내년엔 가산금리도 점차 인하해 예대금리차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