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외치기 직전, 추적 끊겼다…"양쪽 엔진 고장 정황"

국토교통부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오른쪽)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개요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오른쪽)이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개요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무안공항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조류와 충돌한 이후 양쪽 엔진이 고장 나 기내 전원 공급이 중단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있다.

31일 국토교통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제주항공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항공기의 전력 셧다운(차단)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륙 도중 전원이 차단된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라며 “정확한 상황은 항공기 잔해에서 수거한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추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항공기의 양쪽 엔진 고장의 근거로 전파 기반 항공기 추적 시스템(ADS-B)상 사고 항공기의 위치 정보가 당일 오전 8시 58분을 끝으로 더이상 송출되지 않은 점을 들고 있다. 항공기 정보 제공 업체인 미국 플라이트 어웨어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의 위치 정보는 29일 오전 8시 58분까지 이뤄졌다. 항공기 위치 정보는 분 단위로 송출·기록되는데, 조종사가 무안공항 관제탑과 교신에서 ‘메이데이’(국제조난 요청)를 외친 8시 59분에는 이 항공기의 위치 정보가 플라이트어웨어에서도 사라졌다. 항공기 엔진 2개 중 1개라도 작동됐다면 기내에 전력이 공급돼 ADS-B가 작동했을 수 있다. 양쪽 엔진 고장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력 20년 이상의 현직 기장 A씨는“ADS-B는 조종사가 일부러 끄기도 힘든 장치”라며 “ADS-B가 꺼졌다는 건 조류 충돌 당시 항공기 자체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전원 셧다운 이후 조종사와 관제탑 간 무전 교신은 배터리에 남은 소량의 전원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항공기의 동체착륙 당시 랜딩기어와 플랩(항공기 이착륙 시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 엔진 역추진, 스피드 브레이크 등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양쪽 엔진 고장으로 전원이 셧다운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기 엔진 하나를 통해서라도 전원이 공급되면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으로 착륙할 수 있고, 다른 전자 기기들도 대부분 정상 작동한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밝혀진 정황으로 볼 때는 양쪽 엔진이 다 고장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라며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도 이 부분을 중심으로 사고 경위를 집중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