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지휘권도 노렸다…"차지철 꿈꾸냐" 김용현이 키운 막강 경호처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사용한 보안전화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오전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는 공조본 수사관 모습. 김현동 기자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사용한 보안전화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17일 오전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민원실을 나서는 공조본 수사관 모습. 김현동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법원에서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집행할 경우, 대통령경호처는 이를 순순히 허용할까.

앞서 경호처는 경찰의 대통령실·관저·안가 압수수색을 다 막았다. 문재인 정부 때도 네 차례 청와대 압수수색이 있었는데, 당시 경호처는 압수수색은 막았지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세 차례 자료 제출에 협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 경호처를 향해 “명백한 수사 방해”(진성준 정책위의장)라며 영장 집행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

 
군사정부 시절 대통령 경호 기능은 막강했다. 박정희 정부의 차지철 경호실장, 전두환 정부의 장세동 경호실장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경호실을 대통령 경호처로 격하하며 힘을 뺐다. 

경호처에 다시 시선이 쏠린 건 윤 대통령 취임 이후다. 초대 경호처장에 임명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대선 캠프 초창기에 합류한 최측근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호처 공채 출신 인사(주영훈, 유연상)를 임명한 것과 달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인사청문회 통과 문제 때문에 바로 국방부 장관에 지명할 수 없으니 경호처장으로 먼저 임명한 건데, 장관에 준하는 권한을 김 전 장관에게 주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듬해 경호처 예산은 20% 정도 늘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이 경호처에 힘을 실어준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경호처에 군과 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부여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경호처 직원 700여 명에 더해 군 1000여 명, 경찰 1300여 명까지 도합 3000명가량의 병력을 김용현 경호처장이 지휘·감독할 수 있었다. 당시 대통령실은 사방이 트여있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지리적 특성상 경호 인력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경호처에 막강한 힘을 실으려 하자 야당은 “유신 시대 차지철을 꿈꾸는 거냐”라고 직격했다. 경호처가 다른 기관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시행령은 유신 시절인 1976년부터 4년간만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논란 끝에 결국 시행령 개정안은 ‘지휘·감독’ 문구가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로 수정된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후에도 경호처 비대화 논란은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경호처장에게 신원조사 권한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하겠다고 입법 예고했다. 신원조사 권한은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만 갖고 있었다. 결국 비판이 커지면서 개정은 실패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을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안가의 폐쇄회로(CC)TV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 중인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 앞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지난달 27일 서울 삼청동 소재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을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안가의 폐쇄회로(CC)TV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 중인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 앞에서 대기 중인 취재진. 뉴스1

경호처가 현 정부에서 힘을 키워왔지만, 이번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까진 막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압수수색은 군사·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거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라도 있지만, 체포는 이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경호처는 경호법상 대통령을 위해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경호처도 고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