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콘크리트 둔덕 알았느냐"…흙더미 파묻힌 항공기 엔진 꺼냈다

조사위 “179명 참사 원인 밝힐 엔진 꺼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엿째인 3일 오후 1시8분쯤 무안국제공항.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사고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사고 항공기의 엔진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사고 당시 기체 충돌 때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구조물에 파묻힌 엔진은 곳곳이 찌그러진 상태였다.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스1

 
노란색 크레인은 로컬라이저 옆에 선 작업자의 수신호에 따라 로프에 묶인 엔진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부품인 7C2216편 엔진이 사고 엿새 만에 전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인양된 엔진은 15분 뒤 정밀조사를 위해 트레일러에 실려 현장을 빠져나갔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와 미국 조사단의 참사원인 규명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31일부터 사고현장에 대한 조사를 벌인 데 이어 이날 핵심부품인 엔진을 확보했다.

항공기 엔진, 179명 참사 원인 규명 열쇠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스1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스1

조사단은 로컬라이저 흙더미 위로 드러난 부분 위주로 육안 검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1차 원인으로 지목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당시 엔진에 남은 깃털이나 혈흔 등을 찾기 위해서다. 생존 승무원은 “(사고 당시) 새가 빨려 들어가며 엔진에 불이 붙었다”고 진술했다. 

조사단은 사고 현장 조사를 마치면 엔진을 비롯한 핵심부품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날 수습 작업이 진행된 기체 꼬리 부분과 잔해 등도 현장에서 수거한다. 조사단은 이날 꼬리 부분 인양 중 발견된 혈흔이 탑승자 것인지, 조류 등 동물인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했다. 항철위 관계자는 “엔진 등 중요부품은 조사위 사무실로 가져와 조사 방식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흙더미에 파묻혔던 엔진이 인양되면서 로컬라이즈 구조물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항공기는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국토해양부는 사고 후 “무안공항의 2m 높이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지점 251m에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 실제 설치된 구조물은 높은 쪽의 경우 성인 남성 키의 배정도인 약 4m에 달해 국토부 허가대로 공사가 이뤄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 “콘크리트 둔덕, 교육했느냐”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도 콘크리트로 된 로컬라이저 구조물에 대한 조사를 강조했다. 한 유가족은 이날 오전 항철위 측의 브리핑 당시 “어제 현장을 다녀왔는데,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다”며 “콘크리트 둔덕을 기장 등에게 안내하거나 교육을 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항철위 관계자는 “조사 초기 단계라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고 발생 위치와 부품 등 위주로 조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장만희 항철위 위원장은 이날 “총 12단계로 구성된 참사 조사 중 현재 4단계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 항공 사고인 만큼 조사를 최우선으로 삼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