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가 국가애도기간에 연말 행사를 연 것과 관련해 애경그룹 임원들이 4일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족에게 사죄했다.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는 이날 대합실 2층에 모인 유족 앞에서 "종무식이 열린 호텔은 외부 기관을 통해 위탁운영 중이나 관리책임은 분명 저희에게, 특히 저에게 있다"며 "그 안에서 이뤄진 경품행사 등 모든 보도 내용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사과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모든 책임은 애경그룹 경영을 관리하는 제가 잘못한 것이고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고 대표이사의 사과를 묵묵히 지켜본 유족들은 이내 자리를 떴다. 항의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유족은 없었다.
앞서 애경그룹의 한 계열사는 참사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4성급 호텔에서 타운홀미팅(분기별 월례회의)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신규 입사자에 대한 소개, 우수 직원 및 장기 근속자에 대한 포상, 생일자 이벤트, 럭키 드로(경품뽑기), 떡케이크 커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 중 특히 럭키 드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웃으며 환호하거나 박수가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한 참석자는 "(제주항공이 모기업인) 애경그룹 계열사 전체가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자축 행사를 한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이번 참사와 관련 없는 회사도 행사를 열지 않는데 당사자인 애경그룹에서 웃고 박수치니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했다.
이에 AK홀딩스 관계자는 전날 "행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간단한 다과를 깔아놓고 장기근속자에 대해 시상하는 등 월례회의를 조촐하게 한 것일 뿐 송년회 성격의 행사를 한 것은 아니었다"며 "호텔업계는 연말에 (다른 호텔 등의) 숙박권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관례인데 이를 전 직원에게 나눠줄 수 없다 보니 뽑기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 후 애경그룹은 종무식과 시무식 등 모든 행사를 취소한다는 공지를 전 계열사에 전파했으나 호텔에 대한 인사·교육·행정 업무 등은 위탁 업체가 하고 있다 보니 제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앞으로 전 직원이 경각심을 갖도록 교육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