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1일 오전 희생자 179명 신원이 모두 확인됐다. 하지만 희생자 시신 모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진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로 흩어진 시신 본체와 편(片·조각)을 수습해 분석한 뒤 검안·검시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희생자 179명 신원 확인…시신 인도는 시간 걸릴 듯
중앙일보는 현장에 파견된 국과수 관계자들에게서 구체적 분석 과정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국과수는 참사 현장에 법의관·법의조사관 등 30여명, 본원 유전자 분석팀 20여명 등 50여명을 투입해 시신 확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DNA 분석을 맡은 국과수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희생자를 유족 품에 돌려드리기 위해 밤을 새워 분석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신 본체와 편(片·조각) 대조 작업 큰 난관
구체적인 분석 과정은 이렇다. 우선 경찰 등이 179명 희생자 가족의 구강상피세포에서 대조 샘플을 채취한다. 동시에 현장에 파견된 법의관이 사고 현장에서 수습한 희생자 본체와 시신 편에서 샘플을 채취한다. 이후 샘플을 DNA 분석 기기를 갖춘 원주 본원으로 보낸다. 유전자 분석팀은 샘플을 받자마자 염기서열 분석기 등을 이용해 개별 희생자의 DNA 분석 결과를 도출한다. 개별 DNA 분석까지는 빠르면 수 시간 내에 이뤄진다고 한다.
가장 큰 난관은 희생자의 시신 본체와 편을 일치시키는 작업이다. 확인된 시신 편만 607개에 달하는 데다 사고 현장에서 추가 편이 수습될 가능성도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179명 희생자의 시신 편이 누구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일이 대조·분석하는 작업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별 시신을 최대한 모은 뒤 기존에 채취한 유족의 DNA 샘플과 대조하여 가족 관계를 확인한다. 이후 법의관과 검사의 검안·검시를 거쳐 경찰 등과 협의해 시신을 인도한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 형제·자매가 적지 않은 점도 분석 결과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형제·자매의 경우 STR 기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부계 유전을 확인하는 Y-STR 분석법이나 모계 유전을 확인하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추가로 실시해야 확인이 된다. 다행히 DNA 훼손은 거의 없다고 한다. 보통 화재 현장 시신의 경우 고온 탓에 DNA가 훼손돼 유전자 분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과수 법의관은 “시신 훼손이 심한 사고 특성상 쉽지는 않지만 ‘손가락 한 개까지 최대한 찾아 유족께 돌려드린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과수, 기장·부기장 부검…“특이사항 없다”
새해 첫날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선 브리핑이 열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유족들은 시신 인도가 왜 지연되는지 정부의 자세한 설명과 소통을 요구했다. 시신 편 수습을 포기하면 인도를 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본체 DNA 결과가 확실하게 나와야 나머지 시신 편이 누구 것인지를 알 수 있다”며 “나머지 시신 편의 주인을 모르면 성명 불상 처리가 되는데,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체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신 본체와 편을 모두 확인하는 게 이상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