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과도한 충성심에…길에서 쓰러진 견주 사망한 사연

핏불.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핏불.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한 거리에서 맹견인 핏불과 산책을 하다가 쓰러진 견주가 반려견의 '과도한 충성심' 때문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반려견이 견주를 도와주려던 시민을 공격하면서 적절한 구조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파히나12, 라보스데인테리오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주에서 반려견 핏불과 산책을 하던 46세 남성이 갑자기 거리에서 쓰러져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이를 목격한 32세 남성이 견주를 도와주려 다가가자 옆에 있던 핏불은 남성의 손을 물었다. 다른 행인들도 도와주려 했으나 핏불은 견주를 보호하려는 듯 맹렬히 달려들었다. 이에 시민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구급차와 경찰의 출동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견주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핏불이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까지 공격하자 경찰은 공포탄 3발을 쏴 핏불을 제압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에서는 핏불 견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핏불 개물림으로 3명이 사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지에선 맹견을 가정에서 길러도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견주가 자신이 키우던 핏불에 참혹하게 물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해 4월에는 산책 중 이웃이 키우는 두 마리의 핏불의 공격으로 전직 경찰이었던 64세 남성이 사망했다. 이 사건 한달 전인 3월에는 잔디를 깎던 중 이웃의 핏불 5마리에 물린 77세 여성이 긴 입원 생활 끝에 결국 사망했다. 


핏불 개물림 사고가 빈번하지만 핏불은 여전히 아르헨티나에서 인기 있는 견종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맹견 사육 허가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코르도바주는 지난해 10월 '가축과 공존 규정'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소유자는 '잠재적 위험견'에 대한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등록소에 동물을 신고하고 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동물이 압수되며 벌금을 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핏불이라는 견종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책임 있게 반려견을 키우고 생활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22년 핏불 개물림 사망 사건 당시 엔리케 로메로 수의사는 "유전적인 면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고 환경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환경이 바로 인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