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소견에도 면허 갱신…'깨비시장 돌진' 70대, 열달간 약도 안먹었다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돌진해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돌진해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차량으로 돌진해 13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 김모(74)씨가 치매 진단 뒤 약 복용을 중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일 서울 양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23년 11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뒤 처음 3개월간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는 가족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치매 관련 진료를 받거나 약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시점으로부터 약 10개월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한 셈이다. 양천경찰서는 “현재까진 김씨의 의료기록을 확인할 수 없지만 가족으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기 1년 9개월 전인 2022년 2월에 이미 치매 소견을 보여 양천구 관내 보건소에서 치료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로부터 7개월 뒤 적성검사를 거쳐 운전면허를 갱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한 목격자는 “시동을 끄라고 하자 역으로 ‘무슨 일 있냐’면서 조수석에 있는 모자를 챙겨 차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들도 김씨가 사고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가 운전한 차량은 현재 압수 상태이고 1종 보통면허에 대해서도 곧바로 취소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정신감정은 의뢰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사고 당시 차량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확인했다. 김씨 역시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급발진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김씨는 “차를 오랫동안 주차장에 세워놔 방전이 걱정되어 오랜만에 끌고 나왔다”며 “시장 가판대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 53분쯤 검정 에쿠스 차량을 몰고 서울 양천구 목동 양동중학교 방면에서 등촌로 방면으로 직진 주행하던 중 버스를 앞질러 가속하다 깨비시장으로 돌진, 보행자 여러 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 9명이 경상을 입었다. 조사 결과 김씨는 당시 음주 상태가 아니었고 약물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는 65세 미만 운전자는 10년마다, 65세~75세 미만 운전자는 5년마다 면허를 갱신한다. 75세 이상은 치매 선별 검사를 받도록 돼 있는데, 75세 이전에 치매 증상을 보인 운전자의 경우 환자 본인의 신고 없이는 당국이 치매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면허 갱신 절차가 보다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단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