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테러 용의자 'IS 추종'…트럼프호텔서 테슬라 트럭 폭발

새해 벽두 미국 중남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중심가에서 트럭이 돌진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같은날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호텔에서도 테슬라 사이버 트럭이 폭발해 한 명이 숨졌다. 미 수사당국은 테러로 의심하고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1일 오전 3시 15분께(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의 번화가인 프렌치 쿼터 버번 스트리트에서 이슬람국가(IS) 깃발을 꽂은 흰색 포드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한 대가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사람들을 덮쳤다. 돌진한 트럭에 새해맞이를 위해 거리에 있던 인파 가운데 15명이 숨지고 35명이 다쳤다.

버번 스트리트에 돌진한 포드 픽업차량. 짐칸 뒤편 땅바닥에 IS 깃발이 나뒹굴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번 스트리트에 돌진한 포드 픽업차량. 짐칸 뒤편 땅바닥에 IS 깃발이 나뒹굴고 있다. AP=연합뉴스

 
용의자는 차량 충격 직후 돌격소총을 들고 내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반자동 소총과 권총을 발견했다. 미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샴수드 딘 자바르’(42)라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 사건 직후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에 ‘불법 이민자’ 문제를 언급하는 글을 올렸으나, 자바르는 미 텍사스에서 나고 자란 인물로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샴수드 딘 자바르. AFP=연합뉴스

샴수드 딘 자바르. AFP=연합뉴스

 
자바르는 2006~2020년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을 거치며 미군에서 복무했고, 2017년 조지아 주립대를 졸업했다. 미군에선 인사 및 정보기술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제대한 뒤로는 부동산 중개인으로 전업했다. 그 사이 두 번 이혼을 거치며 자녀 부양비를 놓고 소송을 하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고 한다.  

그의 지인들은 자바르가 지난해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증언했다. 범행 차량에선 급조폭발물(IED)도 발견됐다. 자바르는 범행 전 영상 여러개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는 여기서 “원래는 가족을 죽이려했으나, IS에 합류하라는 꿈을 꾸고 IS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폭스 뉴스는 “자바르가 민주당원이었다”고 보도했다.


FBI는 자바르 외에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 중이다.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조사결과 이들은 범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수사당국은 판단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용의자가 범행하기 몇 시간 전 IS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호텔 로비에서 불타는 테슬라 사이버트럭.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호텔 로비에서 불타는 테슬라 사이버트럭. 로이터=연합뉴스

 
같은 날 오전 8시40분께 라스베이거스의 트럼프 호텔 입구 앞에서도 차량 폭발이 발생했다. 트럼프 호텔 입구에 테슬라 사이버 트럭이 들어오더니 불과 10~15초만에 폭발했다. 이 폭발로 현역 군인인 운전자가 사망하고 근처에 있던 7명이 부상했다. 트럭 짐칸에선 휘발유통, 불꽃놀이용 폭약 등이 발견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 “뉴올리언스의 F-150 픽업트럭 사건과 라스베이거스의 사이버트럭 사건 차량은 모두 ‘투로’(Turo‧차량 렌탈앱)를 통해 빌렸다. 두 사건이 연관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폭발은) 차량 자체와는 무관하며, 당시 모든 원격측정 데이터는 정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현지 경찰 역시 두 사건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라스베이거스 사건에선 IS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 지역언론에선 자바르와 트럭 운전자가 같은 군 부대에서 복무했다는 보도가 있으나, 수사당국의 공식 확인은 없다.  

FBI와 CIA 출신의 인사들이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테러 가능성을 경고한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 레이 전 FBI 국장은 지난해 4월 연설에서 “중동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왜곡된 영감을 받아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국내에서 공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마이클 모렐 전 CIA 부국장 역시 지난해 6월 한 기고문에서 “미국은 앞으로 수개월간 테러 공격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CNN은 이와 관련해 “미 당국은 IS가 테러리스트를 직접 훈련시켜 현장에 보내기 보단, 자생적 테러범들을 극단화하거나 이들을 고무하는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오는 20일 트럼프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테러 의심 사건이 잇따르며 미국 전역에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취임식 전날인 19일 워싱턴 DC에서 강성 지지자들과 함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승리 집회’을 개최할 예정이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