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의 작심토로
검사는 과거를 캐는 직업이고 정치인은 미래를 도모한다. 검사 출신 대통령 윤석열에게 정치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비극은 여기서 잉태됐다.
12·3 계엄은 내란죄를 피하기 어렵다.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정치 검사’와 그들이 펼치는 ‘검사 정치’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가적 불행은 재발한다. 불순한 검사들의 정치 진입을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지난 12월 24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로백스 사무실에서 김 전 고검장을 만나 정치와 검사의 부적절한 만남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그는 윤 대통령과 딱히 친분이 두텁지도 않지만 적대적 관계도 아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고,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 물망에 올랐었다. 그의 논리는 예리했다. 거침과 주저함 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비상계엄은 내란죄 성립
윤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가 있다고 보나.
계엄 사태를 딱 보는 순간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했다.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과 ‘폭동’에 딱 들어맞더라.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국헌 문란이고,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실행하려 한 것이 폭동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증거와 증언에 비추어 보면 내란죄가 성립한다. 판례도 찾아보고, 헌법학자와 법률가들과도 의견을 교환해 보았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반국가 세력의 패악질 척결을 위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이번 계엄은 어떠한 형태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 절대다수 야당 중심의 국회가 탄핵소추권과 예산심사권을 남용한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계엄을 통해 이를 막으려 한 시도는 헌법 원리인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의 명백한 위반이다.
검사 정치의 폐해에서 비롯된 비극
검사 정치가 왜 문제인가.
검찰총장 출신이 곧바로 대통령이 되는 순간 검찰과 정치 사이의 벽이 허물어졌다. 대통령은 인사로 검찰을 장악할 수 있다. 검찰 조직은 정치적 도구 또는 권력 투쟁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이런 구조 아래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국민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반대 세력은 더 거세게 검찰을 공격함으로써 검찰이 권력 투쟁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이런 폐단이 윤석열 정부에서 유독 커졌나.
윤석열 정부를 포함해 대부분의 정권은 검찰을 이용하거나 인사로 통제하려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수사 등으로 정권과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정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검사들을 영전시켜 윤 총장과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윤 총장이 대통령이 되자 검사들의 운명이 다시 급반전하며 ‘친윤’이니, ‘반윤’이니 하며 갈라졌다. 일부 검사는 국회의원으로 변신하고 갈등과 충돌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검사 정치의 폐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유는.
12·3 비상계엄은 큰 충격과 함께 검사 출신으로서 자괴감을 들게 했다. 지금이 검사 정치의 폐해를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국민 대다수가 검사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 검사들은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
김후곤 변호사는 검사들의 무분별한 정계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작심한 듯 검사 정치 폐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공개적으로 소셜미디어(SNS)에 의견을 밝힌 그에게 검찰 선후배들은 “술 먹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왜 검사의 정계 진입을 막아야 하는지,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 폐단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는지, 현재 내란 혐의 수사 상황 등에 대한 의견도 중앙일보에 가감 없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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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곤은 누구
59세.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북부지청 검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맡았으며 대검찰청 대변인, 서울북부지검장,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2022년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후보가 지명된 후 사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검사로 꼽힌다.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올랐다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 후보가 지명된 후 사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검사로 꼽힌다.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