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18일 뒤에 돌아간다”는 글을 올리며 백악관 복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취임식은 오는 20일이다.
오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로이터=연합뉴스
정권 교체에 성공한 공화당도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제119대 의회 개원을 하루 앞둔 이날 트럼프 취임 즉시 추진할 12개의 법안 리스트를 공개하며 트럼프를 적극 지원할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식 전날(19일) 워싱턴DC의 캐피털원 아레나에서 ‘승리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캐피털원은 2만명을 수용하는 다목적 체육관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집회로, 사실상 취임식 전야 행사 성격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25개 이상의 행정명령을 발표해 이민·관세 등을 포함한 주요 공약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겠다고 공언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18일 뒤에 돌아간다″는 글과 함께 자신의 골프 캐디 출신으로 오는 20일 출범하는 2기 행정부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지명한 최측근 댄 스카비노와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트럼프 SNS 캡쳐
이날도 트럼프는 지난 1일 뉴올리언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 사건 등을 거론하며 “바이든의 국경개방 정책으로 급진적인 이슬람 테러와 폭력 범죄가 상상하거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 등 핵심 공약을 이행할 뜻을 밝혔다. 전날엔 “관세는 미국의 부채를 갚고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무차별적 관세 정책 시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공화, ‘신속 처리’ 법안 공개…충성 경쟁 성격
이런 가운데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이날 의회 개원 직후 처리할 법안 12개를 공개했다. 비시민권자의 투표 금지 법안과 불법 이민자 추방,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인 '프래킹(fracking)'에 대한 규제 완화 등 트럼프가 공약해왔던 사안들이 포함됐다.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제119대 미국 연방 의회가 개원한다. 연합뉴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지도부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 공동 기고문(1일)에서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개혁·정책 공약 이행을 순조롭게 하고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공격적인 계획을 준비했다”며 “의회가 트럼프의 레거시와 변혁적 변화를 (입법으로) 공고히 해야하고, 의회가 시작한 순간부터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트럼프의 정책을 입법으로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충성 맹세'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미 의원들은 당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의 공천과 달리 양당별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당내 발언력이 큰 강경파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어 트럼프의 눈 밖에 날 경우 다음 선거에서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럼프는 순조롭게 정부를 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를 남겨놓고 있다. 시험 무대는 3일 하원의장 선거다.
우선 처리 법안 리스트를 공개하며 트럼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선 마이크 존슨 현 의장이 재선에 도전하고 있지만, 당내 강경파 일부가 그의 재선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슨 의장이 민주당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이유다.
트럼프가 최근 직접 나서 존슨 의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CNN에 따르면 공화 하원의원 중 최소 14명이 존슨 의장 지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고, 일부는 여전히 존슨 의장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새 의회 하원 의석은 공화당 맷 게이츠 의원의 사퇴로 ‘219대 215’의 미세한 공화당 우위로 시작한다. 개원일에 당선자들이 전원 참석할 경우 존슨 의장은 과반인 218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재선될 수 있다. 공화당에서 2명만 이탈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존슨 의장의 재선은 확실하지 않다”며 “존슨 의장이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하원은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의사당에서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한 예산 추가 협상을 계속하는 공화당 간부 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의장 선출은 하원 개원의 첫번째 절차로, 만약 의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의 정책을 뒷받침할 입법적 지원도 연쇄적으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그에 앞서 오는 6일 헌법에 따라 트럼프의 당선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공화당은 이미 2023년 1월 당내 갈등으로 과반 득표자를 내지 못하고 100년만에 하원의장 선출 재투표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3일간 하원의장 공석 사태가 벌어졌고, 이후 15차례 투표 끝에 케빈 매카시 의장이 선출됐었다. 하지만 그해 10월 당내 강경파에 의해 미 의회 역사상 최초로 해임되며 22일간의 의장 공백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