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든 보수 “불법 체포 막아야…尹 편지에 용기”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을 엄호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충남 당진에서 올라와 새벽 6시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중학교 3학년 김완(15)군은 “윤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를 막으러 나왔다”고 했다. 경기 부천 주민인 이종태(62)씨는 “나와 가족들이 정상적인 나라에서 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며 감정이 벅찬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보수 성향 신자유연대는 낮 12시부터 집회를 열고 “윤석열 파이팅” “배신자를 척결하라”라고 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더 모여들어 오후 4시 30분 기준에는 1만 5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달했다. 집회 현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한강진역 2번 출구부터 육교까지 150m가량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 역을 통과하는 6호선 지하철 열차는 오후 5시 21분부터 한때 무정차 통과했다.
영하의 날씨에 목도리와 모자로 중무장한 최모(57)씨는 “민주당이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다 탄핵하고 일을 못 하게 한 게 문제지, 윤 대통령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며 “윤 대통령의 편지가 큰 용기가 됐다. 그때부터 젊은 사람도 많이 모인다”고 말했다. 친구와 집회에 참석한 기모(24)씨는 “청년들이 경각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아침부터 충북 괴산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400m 떨어진 민주노총은 “尹 체포해”…경찰과 충돌도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우동연(19)씨는 “최근 수능을 치른 고3인데 윤석열 정권에서 학생인권조례 등 청소년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인천에서 밤샘 근무를 하고 새벽부터 집회에 온 강석찬(65)씨는 “과거에 계엄을 경험한 입장에서 스트레스와 무서움이 컸다”고 했다.
이날 집회 도중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도 벌어졌다. 오후 12시 대통령 관저 방향으로 행진하려는 민주노총을 경찰이 제지하면서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켜”를 연호하면서 몸으로 경찰과 바리케이드를 밀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2명(남1·여1)은 경찰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됐다. 민주노총 측은 “집회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이 행진을 가로막았다”며 조합원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보수 집회 팻말을 든 이들이 진보 집회장으로 찾아오면서 양측의 몸싸움도 있었다. 오전 11시 30분쯤 보수 집회 팻말을 든 이들이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외치자 진보 성향 유튜버들이 욕설과 함께 “정신 나간 놈들”이라고 맞받으면서다. 이들은 중재에 나선 경찰의 설득에 각자 진영으로 돌아갔다.
서울 곳곳에서 결집…제주항공 참사 ‘추모의 벽’도 세워져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안모(29)씨는 “윤 대통령은 팔다리를 다 잘라버린 민주당에 저항하기 위해 계엄을 한 것”이라며 “내란은 오히려 민주당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립운동가 친필 문구로 디자인한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나왔다.
서울 한 의대에 재학 중인 최모(22)씨는 “윤 대통령 체포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 탄핵 촉구 집회 때부터 계속 참여하고 있다”며 “의료 부스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오늘은 무안 제주항공 참사 추모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 현장 곳곳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추모의 벽’이 세워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