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윤석열"…尹이 김치찌개 끓여줬던 그 검사 후배

추천!더중플 - 계엄 정국 인물 분석
2024년 12월 3일.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이후 폭풍같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한달여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부상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인연으로 엮였고, 어떤 관계로 자리매김했을까요. 오늘의 '추천!더중플'은 '12·3 비상계엄 사태'(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62)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와 함께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 상황을 깊이있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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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독대에 따라간 ‘친윤 검사’ 주진우

주진우 의원. 뉴스1

주진우 의원. 뉴스1

비상계엄 3일째인 2024년 12월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용산 대통령실 관저 앞에 섰다. 그날 아침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깜짝 선언한 직후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론은 탄핵 반대”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반대했던 그가 하룻밤 사이에 180도로 태세를 전환했다. 그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자신까지 체포 대상에 포함했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전언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태는 아연 긴박하게 돌아갔다.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그는 용산 대통령 관저를 찾아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한 대표가 대동한 단 한 명의 동료, 그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그가 중차대하기 이를 데 없는 윤·한 독대 자리에 따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에 앞서 그는 과연 누구일까.  

주진우 인생 바꾼 윤석열의 전화

2023년 8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오찬 간담회. 맨 왼쪽이 대통령비서실 초대 법률비서관이었던 주진우 의원. 대통령실 제공

2023년 8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오찬 간담회. 맨 왼쪽이 대통령비서실 초대 법률비서관이었던 주진우 의원. 대통령실 제공

참담했다. 흔히 말하는 재경(在京)지검, 그중에서도 선임인 서울동부지검의 부장검사였던 그다. 다음 보직은 법무부, 대검, 중앙지검이거나 서울과 가까운 곳의 대형 지청장이라야 순리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경기, 충청, 강원을 뛰어넘어 조령 너머에 있는 경북 안동으로 그를 보냈다. 2019년 7월의 그 인사에서 정권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번 정권에서는 절대 당신을 쓰지 않겠다.’

청와대를 두 번이나 압수수색하고, 장관과 비서관을 기소하면서 역린(逆鱗)을 건드렸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다. 안동지청장 자리에 앉느냐, 마느냐. 그는 사흘을 고민했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뒤 법무부에 사직 통보를 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청사를 나가던 순간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윤석열이야. 
막 검찰총장이 됐을 무렵의 윤 대통령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김치찌개 끓여주던 중수2과장 윤석열

둘의 인연은 그로부터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진우는 2011년 대검 중수부 저축은행 수사팀에서 중수2과장(부장검사)이던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나 2년간 함께 일했다. 윤 대통령은 주 의원이 작성해온 서류를 들여다보더니 그 자리에서 고치기 시작했다. 주 의원은 꼬박 일곱 시간을 거기 머물며 교육을 받았다.

어? 밥 먹을 시간이 다 됐네. 김치찌개 먹을래?
 
윤 중수2과장은 사무실 한구석에서 김치와 버너를 꺼내더니 김치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尹이 김치찌개 끓여준 주진우…‘용산 독대’ 한동훈 옆 왜 있었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701


2022 대선 전부터 계엄 언급했던 김용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국회사진기자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국회사진기자단

2016년 9월, 국방부는 대장 인사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육사 38기의 첫 4성 장군 진급이 예고됐다. 당시 김용현 전 장관은 합참 작전본부장. 대장으로 가는 1순위 자리였다. 그는 2015년 작전본부장에 임명된 이후 거의 퇴근하지 않고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김용현 본부장을 선택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의 육사 38기 동기인 임호영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첫 4성 장군으로 발탁하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 내정했다.

김용현은 무조건 4성 장군이 될 줄 알았을 거다. 자신감도 충만했고…. 그런데 한민구 장관이 웬일인지 김용현을 안 좋게 보고 임호영을 시켰다. 육사 38기 중 4성 장군은 임호영 1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른 기수는 2명 이상 나오기도 하는데. 그러니 김용현이 말 그대로 꼭지가 돌 수밖에 없었다.  
 
김 전 장관과 육본·합참에서 같이 일하며 바로 옆에서 지켜본 육사 출신 예비역 A씨의 증언이다. 김 전 장관은 육군 참모총장 비서실 과장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주로 군 내부보다 군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알아보고 정무적 판단을 하는 업무를 한다. 이때 권력 핵심부인 국회·국정원·청와대 등을 다니면서 (김 전 장관이) 정치권력이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 같다”고 A씨는 말했다.

충암고 1년 후배인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은 2020년께 급격히 가까워졌다고 알려져 있다.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던 시기다. 김 전 장관이 2022년 대선 전 캠프 관계자에게 계엄령을 언급하는 발언을 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4성 장군 탈락에 꼭지 돌았다” 김용현 권력 집착 불붙인 사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0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