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선거, ‘강경파’ 2파전 압축…"누가 돼도 투쟁 불가피"

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 개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택우(오른쪽) 후보와 2위를 차지한 주수호 후보가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김택우 후보는 27.66%(8103표), 주수호 후보는 26.17%(7666표)를 얻었다. 뉴시스

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제43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 개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택우(오른쪽) 후보와 2위를 차지한 주수호 후보가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김택우 후보는 27.66%(8103표), 주수호 후보는 26.17%(7666표)를 얻었다. 뉴시스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해를 넘긴 가운데 의료계를 대표할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후보가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2명으로 압축됐다. 두 후보 모두 의대 정원 등을 둘러싼 의정 갈등 국면에서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던 인물이다.

의협 회장, ‘강경파’ 2파전

5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사흘간 치러진 제43대 의협 회장 선거 투표에서 총 2만2295표 가운데 김택우 후보와 주수호 후보가 각각 8103표(27.66%)와 7666표(26.17%)를 얻어 1·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최안나 후보(5543표·18.92%), 이동욱 후보(4595표·15.69%), 강희경 후보(3388표·11.57%)는 각각 10%대 득표율에 그쳤다. 임현택 전 회장(42대)이 막말 논란 등으로 지난해 11월 탄핵당한 뒤 의협 회장 자리는 두 달 가까이 공석이었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오는 7~8일 결선 투표를 통해 1·2위 후보 간 양자 대결로 의협 차기 수장이 가려지게 됐다. 차기 회장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으로 격화한 의정갈등 국면에서 의료계를 이끌게 된다. 1차 투표에서 1위에 오른 김 후보는 전날(4일) 개표 직후 “지금은 대통령이 없는 상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했던 모든 정책을 중단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근소한 차이로 2위가 된 주 후보는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고, 2025년에 늘어난 약 1500명은 매년 줄여 제로 베이스(원점)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김택우 당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김택우 당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외과 출신인 두 사람은 그간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서 앞장서온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힌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계 투쟁이 본격화하던 시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각각 비대위원장과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이 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특히 김 후보는 의사 면허가 3개월 간 정지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둘 중 누가 당선되든 의협의 대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경찰에 출석한 주수호 당시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3월 경찰에 출석한 주수호 당시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연합뉴스

1차 투표 때 두 사람의 표 차이가 437표(1.4%포인트)에 불과해 최종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는 미지수다. 의정갈등 핵심축인 전공의 관련 표심에선 김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마찰을 수차례 빚었던 만큼 의협 차기 집행부와 전공의 단체 간 소통은 필수적인데, 김 후보는 박 위원장과 돈독하다고 알려져 있다. 


1차 탈락자인 최안나·이동욱·강희경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의 향방도 변수다. 이들의 득표율은 다 합쳐 절반에 가까운 46.18%에 이른다. 강 후보는 1차 투표 뒤 자신의 SNS 사진을 주 후보와 함께 있는 사진으로 바꿔 주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의협 분위기상 두 후보 중 더 세고 강경한 사람이 회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