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면서 일주일간 공항을 지킨 유가족들이 장례식장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전체 희생자 179명 중 146명의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됐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남은 33명도 이날 중 유족에게 인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신을 인도받은 유족 대부분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각자 연고지로 떠나면서 공항 내 설치됐던 임시 숙소 텐트도 10개 중 9개가 비워졌다. 텐트 사이 길목마다 쌓여 있던 유족의 짐과 신발은 사라지고 슬리퍼 몇 켤레와 담요만이 놓여 있었다.
이번 사고로 외조카를 잃은 A씨(60대·익산)는 “출근한 날을 제외하곤 공항에서 먹고 자고 했는데 이제는 장례식장에서 가족들과 슬픔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한모(47)씨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고향이 제주도라서 비행기 일정에 따라 이틀 뒤 이동하려 한다”며 “웬만하면 유류품 중 포렌식에 맡겨진 아버지 휴대폰까지 갖고 가고 싶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공항을 떠나기 전 주일미사에 참석한 유족도 있었다. 가톨릭 사회복지회 텐트 내 간이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리고 있던 B씨는 “장례식으로 가기 전에 잠시 들렀다”며 “우리 아이뿐 아니라 다른 희생자분들도 다 같이 좋은 곳 가시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함께 미사를 본 수녀님과 신학생 등은 곧 장례식장으로 떠나는 유가족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했다.
공항 터미널 1·2층 계단 앞을 가득 채웠던 자원봉사자 부스도 차츰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11시 점심시간이 다 됐음에도 식사가 준비된 봉사자 부스를 찾는 발걸음은 뜸했다.
공항 주차장 트럭에 대용량 커피포트 등을 싣고 있던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남은 유족보다 봉사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와 집기를 정리하는 등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봉사단체에서 나온 이선화씨는 “사골국 등 1500인분 식사를 준비해 왔는데 점심에 300인분만 나갔다”며 “유족이 많이들 떠나셨다고 해 공항 관계자와 공무원 위주로 배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브리핑도 이날 일단락…유류품 반환은 계속
시신 인도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유류품 반환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국토부는 소유자가 확인된 150여명의 유류품 중 총 128명의 유류품 204점이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신원미상의 유류품은 희망하는 유족에 한해 현장 확인을 거쳐 반환하기로 했다.
사고 이후 매일 오전 진행됐던 정부 상대 유가족 질의와 정부합동 브리핑도 이날 일단락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현장에서 유가족을 위한 통합지원센터는 계속 가동할 것”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후 대책을 논의할 ‘사고수습유가족지원단’과 같은 조직도 곧 꾸려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족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한신 유가족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국토교통부, 경찰, 소방, 보건, 항만, 전남도청, 광주시청 등 사고 수습을 위해 고생해 주신 모든 분에 감사드린다”며 “시신 인도 절차가 급속도로 빠르게 이뤄져서 유족들이 위로를 받고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박 대표는 “이분들이 일주일 동안 집에도 못 가고 노력했기 때문에 사고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고 말한 뒤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