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4개월만 공매도 재개 절차 시작…“충격 있겠지만 유동성은 개선”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막바지 작업에 돌입하면서 공매도 재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탄핵 정국 등으로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점은 막판 변수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재개가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외국인 투자자 수급 개선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재개 초읽기…법인, 전산화 등록 시작

6일 금감원은 오는 7일부터 대규모 공매도 거래법인에 등록번호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간 일부 개인 투자자는 기관과 외국인의 무차입 불법 공매도를 막기 위해 실시간 공매도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당국에 요구해왔다. 이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무차입 공매도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거래법인(공매도 잔고 0.01% 또는 10억원 이상)의 거래를 감독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에 시작하는 등록번호 발급은 해당 시스템에 법인을 등록하는 절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법인은 등록번호를 신청하면서, 법인뿐 아니라 법인 안에 있는 공매도 관련 모든 독립 거래 단위의 계좌정보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법인의 제출 정보가 정확한지 최종 심사한 뒤에 등록번호를 발급할 계획이다. 등록번호는 공매도 전산시스템이 등록 거래 법인에 부여하는 일종의 ‘ID’인 셈이다. 이후 공매도 거래를 관리하는 중앙점검시스템(NSDS)은 이 등록번호를 기반으로 무차입 공매도 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한다. 공매도를 하는 법인이 여러 증권사나 계좌를 이용해도, 해당 등록번호별로 거래 내용을 모두 집계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공매도 재개 시 주가 하락, 5일 이내 사라져”

공매도 금지 해제의 가장 큰 난관이었던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이변이 없다면 3월 31일에 예정한 공매도 재개도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 공매도 재개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아직 엇갈린다. 과거 실증 연구 사례를 보면 공매도 해제 직후 일시적인 시장 충격은 있었다. 하지만 여파는 길지 않았다. 금융연구원이 작성한 ‘공매도 논쟁과 향후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시했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2021년에 해제됐을 때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모두 일시적으로 주식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해당 보고서는 “(가격 하락 효과)는 5일 이내에 사라졌다”고 했다.


“불안한 증시, 최장 기간 공매도 금지는 우려”

2021년 공매도 재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직후에는 글로벌 유동성이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2021년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탄핵 정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약세 흐름을 타고 있다. 공매도 재개가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일종의 ‘트리거(Trigger·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과거와 비교해 공매도 금지 종목이 더 많고 기간도 길었다는 점 역시 변수다. 코로나19 당시는 공매도 금지가 일부 대형 종목(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정됐지만, 최근 공매도는 전면 금지돼 있다. 금지 기간도 예정대로 올 3월에 재개해도, 코로나19 당시(1년 2개월)를 넘어선 최장(1년 4개월)이다. 공매도를 재개 시 그만큼 시장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공매도 재개시 유동성 개선”

다만 국내 증시 변동성 우려에도 공매도 재개는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미 한 차례 공매도 재개를 미룬 상황에서 또다시 늦춘다면, 외국인 투자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어서다. 공매도 재개는 외국인 투자자 수급 개선 같은 순기능도 있다. 금융연구원도 같은 보고서에서 “2021년 5월 3일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 후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종목군의 유동성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이 저점이라는 기대감에 가격 반등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 시점(3월)에는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닐 것”이라며 “큰 변수가 없다면 공매도를 재개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