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예측 청진기, 아기 돌봄 침대…AI '인류 해결사'로 나섰다 [CES 2025]

건강식을 돕는 전기 숟가락, 코골이를 멈추는 베개, 호흡기 질환을 예측하는 청진기, 전기를 만들어내는 태양광 모자….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는 인공지능(AI)이 건강,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등 인류의 난제를 푸는 데 기여할 ‘솔루션 AI’의 향연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웰니스(건강한 삶)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가 CES의 핵심 전장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292개 혁신상 중 가장 많은 수상작을 배출한 부문도 디지털 헬스(43개)였다. AI가 진단과 치료, 예방 등에 역할하며 건강한 생활을 위한 솔루션을 먼저 제안하는 식으로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협업한 거울 형태(미러디스플레이)의 AI 피부 분석 솔루션을 선보인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독일 보쉬는 아기 돌봄 AI 비서가 탑재된 AI 유아 침대를 내놨다. 브라이언 코미스키 CTA 시니어 디렉터는 “헬스케어는 인간 삶의 일부가 됐다”며 “기술 발달로 장수의 의미는 ‘불멸’보다는 ‘더 건강하게 잘사는 것’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질환 예측 청진기, 아기 돌봄 침대…웰니스, AI에 길을 묻다

CES 2025 개막을 이틀 앞둔 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전야제 성격의 ‘CES 언베일드’가 열렸다. 이곳에서도 솔루션으로서의 이머징 테크(떠오르는 기술)에 세계 각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2022년 말 생성AI 챗GPT의 등장 이후 2년간 CES에서 생성 AI의 잠재력에 주목한 시제품이 많았다면, 올해는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졌다.

스타트업 위딩스의 웨어러블 기기. 개인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관리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스타트업 위딩스의 웨어러블 기기. 개인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관리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프랑스 스타트업 위딩스는 전신을 스캔하고 웨어러블 기기, 체중계 등의 데이터를 한곳에 수집해 보여주는 스마트 거울을 전시했다. 의료 사각지대 환자를 위한 것이다. 이 업체의 낸시 트란은 “수면 점수가 낮으면 건강을 개선할 방법을 제안하고 의사 예약을 잡아 원격 진료를 진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CES의 핵심 테마는 ‘가정 의료의 혁신’”이라며 “복잡한 병원을 거치지 않고도 집에서 건강을 관리하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업체는 가정에서 소변으로 체내 비타민C, 케톤, PH 등을 체크하는 소변 분석기도 출시할 계획이다. 폴란드 스타트업인 스테토미는 호흡기 질환을 점검하는 가정용 청진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업체 파벨 엘바노프스키는 “의사 방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말했다. 한국 헬스케어 기업인 텐마인즈는 수면 중 코골이를 감지하면 AI를 활용해 에어백을 부풀려 기도를 열고 코골이를 완화해 주는 베개를 선보였다.


바디프랜드 ‘헬스케어로봇 733’. 스트레칭 효과에 사용자의 심전도를 실시간 측정·분석해 개인의 심장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바디프랜드 ‘헬스케어로봇 733’. 스트레칭 효과에 사용자의 심전도를 실시간 측정·분석해 개인의 심장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주류기업인 기린홀딩스가 선보인 전기 소금 숟가락에도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미세 전류를 숟가락에 흘려 나트륨 이온을 강화해 짠맛을 내는 숟가락이다.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고도 짠맛을 느끼도록 도와 건강한 식습관을 유도하는 것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지의 마티아스 크렘프 기자는 “기술과 과학을 응용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전기를 사용해 짠맛을 내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TCL 관계자가 5일 자사 AI 로봇 '헤이에이미'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TCL 관계자가 5일 자사 AI 로봇 '헤이에이미'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에는 에너지 문제도 CES를 관통하는 큰 테마로 자리할 예정이다. 파나소닉 유키 구스미 CEO(최고경영자)는 에너지 기술, 순환경제 측면에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제시하고 볼보의 마틴 룬드스테트도 지속 가능한 교통 솔루션이라는 주제로 연설한다.

폴란드 회사 스테토미의 청진기. 감기·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폴란드 회사 스테토미의 청진기. 감기·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CES에서는 AI와 모빌리티, 로봇의 밀착도 관전 포인트다. 일본 토요타자동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AI, 자율주행차 기반의 스마트시티인 ‘우븐시티’의 모습을 구체화해 공개할 예정이다. 일본 지자이(Jizai)는 움직이는 AI 범용 로봇인 ‘미모’를 전시했다. 램프 달린 테이블처럼 생긴 이 로봇은 6개의 다리로 움직인다. 지자이 관계자는 “시각, 청각, 동작 신호를 활용해 미모는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업체는 미모가 향후 주인을 위해 컵을 가져오는 등 잔심부름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베일드 행사에서 전시된 일본(유카이 엔지니어링), 미국(톰봇)의 반려 로봇들도 인기였다.

국내 휴로보틱스는 재활과 트레이닝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AI 컴패니언(동반자) 로봇인 ‘볼리’를 전시할 예정이고, 중국 TCL은 AI 로봇 ‘헤이에이미’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