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적 생포 때 집∙총 그려주고, 총 고르면 죽이라 교육 받아"

우크라이나 당국에 체포된 북한군 포로가 침상에 누운 채로 우크라이나 조사관의 질문에 한국어 통역을 거쳐 답하고 있다. 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X, 옛 트위터) 캡처

우크라이나 당국에 체포된 북한군 포로가 침상에 누운 채로 우크라이나 조사관의 질문에 한국어 통역을 거쳐 답하고 있다. 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X, 옛 트위터)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생포한 북한군을 신문한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북한군을 앞세워 러시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듯한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대규모 드론 교전도 벌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정세가 급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북한군 병사에게 생포 경위, 교육 받은 교전수칙, 가짜 러시아 신분증 등에 관해 질의응답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북한군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생포한 북한군 2명 중 1명이다. 영상은 4분 16초 분량으로, 북한군은 누운 채로 한국인 통역과 함께 우크라이나 조사관이 묻는 말에 답했다. 영상에 따르면 이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을 생포하면 종이에 '집'과 '총'을 그려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뒤, 집을 고르면 보내주고 총을 고르면 죽이라고 교육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증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과 관련해 "이들은 완전한 정보 공백 속에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이 전쟁터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러시아가 이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오직 이 전쟁을 연장하고 확대하는 데 이들을 이용하고 있으며, 오직 러시아만이 이 전쟁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대규모 드론 교전을 벌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군 항공기 등으로 우크라이나 군사산업 기업을 지원하는 에너지 시설과 군 비행장 인프라 등을 공격했다"며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대한 작전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STRAVDI)는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 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군 생산 공장, 석유·가스 시설을 포함해 총 7개 지역에 대해 공습을 단행했다″며 여러 개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STRAVDI 엑스 캡처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STRAVDI)는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 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군 생산 공장, 석유·가스 시설을 포함해 총 7개 지역에 대해 공습을 단행했다″며 여러 개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 STRAVDI 엑스 캡처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공군은 성명을 통해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러시아군이 드론 80대를 날려 보냈고, 이 가운데 58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산하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STRAVDI)도 엑스를 통해 "지난 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군 생산 공장, 석유·가스 시설을 포함해 총 7개 지역에 대해 공습을 단행했다"며 여러 개의 영상을 공개했다. BBC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는 "지금까지 전쟁 중 가장 대규모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조기 종전'을 강조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하면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마이크 왈츠는 지난 12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에서 러시아 군대를 몰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