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증권사기 등의 혐의로 제소했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현 X) 인수 전 5% 이상 지분 보유 사실을 제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로켓 시험 비행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SEC가 이날 미국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머스크가 2022년 말 트위터 인수 당시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어겼다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미 증권거래법에선 상장 주식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10일 안에 지분현황보고서(Schedule 13D)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13D 보고서’로 불리는 이 규정은 대주주가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거나 인수를 시도할 수 있음을 주주들에게 조기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SEC는 머스크가 ‘13D 보고서’ 규정을 어겨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트위터 주주들이 머스크의 지분 매집을 몰랐고, 머스크는 이 덕분에 헐값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SEC는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1억 5000만 달러(약 2189억원) 이상의 인수 비용을 아꼈다고 주장한다.
SEC는 “머스크는 보고서 제출 기한을 11일 넘겨서야 트위터 지분 9% 이상을 취득했다고 밝혔다”면서 “이날 트위터 주가는 전일 대비 27% 이상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SEC는 배심원 재판을 요구하고 벌금과 부당 이득 환수도 요구했다.
SEC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하기 전부터 해당 사안을 들여다 봐 왔다. 머스크는 지난달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SEC가 벌금을 포함한 합의를 48시간 이내에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날 머스크 측 변호사인 알렉스 스피로는 성명을 내고 “수년에 걸친 SEC의 괴롭힘”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약 일주일 앞두고 나왔다. 곧 조직이 바뀌는 SEC가 트럼프 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에 대한 소송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건이다. 게리 겐슬러 현 SEC 위원장은 트럼프 취임 당일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소속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한 상태다. WSJ은 머스크가 차기 SEC 위원장에게 소송을 취하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SEC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