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16일 “계엄 포고령 1호는 정당한 포고령이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를 통해 “김 전 장관이 과거 대통령에 국회해산권이 있을 당시의 문구를 그대로 쓴 것일 뿐, 실제 윤 대통령이 의도한 내용과 달랐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김 전 장관 측 법률대리인 이하상 변호사는 16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12.3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 “국회의 권능을 이용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라며 “(작성 과정에서) 어떤 착오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 유승수 변호사(왼쪽)가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혐의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나와 김 전 장관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하상 변호사.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 발표된 포고령 1호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1조)는 내용이 담겼다. 헌법은 계엄 상황에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77조 3항)고 규정하지만, 입법부 활동까지 제한하지는 않는다.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포고령 1호 초안은 내가 작성했고, 대통령이 이를 검토하고 일부 수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4일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헌재에 2차 답변서를 내면서 “포고령 1호는 김 전 장관이 종전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이 있을 당시의 예문’을 그대로 베껴 왔다”며 “문구의 잘못을 (윤 대통령이) 부주의로 간과했다. 포고령 표현이 미숙했다”고 주장했다. 포고령 1호가 김 전 장관의 착오로 작성된 것이지 윤 대통령의 뜻은 아니었다는 취지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 검토를 거쳐) 정당하게 작성된 포고령”이란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포고령이었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이 직접 초안을 작성했고, 전체적인 검토는 당연히 윤 대통령이 했다”며 “저희 입장은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이 변호사는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관련된 세력이 정치활동을 매개로 국회를 장악하는 현상이 발생해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로 작성했고, 이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김 전 장관의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에서 ‘공소사실은 정당한 직무집행이자 권한 행사일 뿐, 내란‧직권남용 등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김 전 장관은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을 수사권 없는 수사기관이 불법 영장으로 체포하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 내란”이라며 “대통령 관저까지 침탈하는 공수처와 경찰이 자행한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