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스라엘로 날아간 미사일은 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에마드와 가르드였다. 북한의 화성-7형(노동미사일)을 바탕으로 만든 미사일들이었다. 이란이 개발했다고 주장한 극초음미사일 타흐-1도 당시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상당수를 요격했다”고 밝혔지만, 시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앞선 지난해 4월 13~14일 ‘진실의 약속’ 작전 때 “이란 무인기, 탄도·순항미사일의 99%를 막아냈다”고 발표했던 것과는 다른 어조였다.
실제로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중 최대 32기가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 기지와 그 주변에 떨어졌다. 이곳엔 이스라엘 공군의 핵심 전력인 F-35A 라이트닝Ⅱ가 배치됐다. 세계서 가장 유능한 정보기관으로 꼽히는 모사드 본부 주변에도 큰 탄공이 생겼다.
미국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스라엘을 도왔지만, 방공망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게 총알을 총알에 맞히는 수준으로 어려운데, 이란은 한꺼번에 쏘는 포화공격(Salvo)으로 요격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지원은 제대로 조율되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이고 사는 한국은 유사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스라엘~이란은 1000㎞가 넘어 대응 시간이 좀 있는데, 한반도는 좁고 작아 탐지-추적-요격이 순식간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최소 1000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사실상 단거리탄도미사일인 방사포(로켓)도 다량으로 배치하고 있다. 또 미사일과 로켓에 전술핵탄두를 달 수 있다고 위협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방산기업인 노스럽그루먼의 배틀원(BattleOne)을 한국에 선보였다.
톰캣과 스피릿의 제조사 제품
배틀원은 노스럽그루먼의 IBCS(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전투지휘 체계)를 시연하는 행사다. 13~14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16~17일 서울 용산에서 각각 국내외의 정부·군·연구기관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가 이를 지켜봤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은 들어봤는데, 노스럽그루먼이 좀 낯선 독자를 위해 뱀다리를 달면…. 노스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항공기인 B-2 스피릿을 만들었다. 영화 ‘탑건’과 ‘탑건 2’에서 뭇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한 F-14 톰캣은 그루먼의 작품이다. 두 회사가 1994년 합쳐져 나온 게 노스럽그루먼이다.
차세대 전략폭격기인 B-21 레이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센티널(LGM-35A)의 제작사가 노스럽그루먼이다.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급과 포드급은 노스럽그루먼의 자회사인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HII)가 모두 건조했다. 우주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도 노스럽그루먼이 쏴 올렸다.
IBCS에 대해 노스럽그루먼은 이렇게 설명한다.
어떤 장비나 부대, 영역과 관계없이 현재 운용 중이거나 향후 도입될 모든 방공∙감시정찰 자산을 하나의 통합화력통제 네트워크에 연동하는 모듈식 개방형 시스템 아키텍처.
수많은 센서와 슈터를 하나로
좀 쉽게 설명해보자.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 무인기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자산을 센서(Sensor)라고 한다. 주로 레이더이지만, 요즘엔 광학장비도 센서 역할을 잘해낸다. 적 위협을 요격하는 미사일이나 대공포 등 자산을 슈터(Shooter)라고 한다. 최근 레이저도 슈터로 등장하고 있다.
전쟁터엔 수많은 센서와 슈터가 있다. 하늘엔 항공통제기(예전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라 불렀다)와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땅엔 레이더와 미사일, 방공포가 깔렸다. 바다에선 이지스 구축함과 같은 방공함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둘 이상의 나라가 참가하는 연합작전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서로 다른 체계가 뒤섞이면서 유사시 북새통을 이룰 게 뻔하다.
IBCS는 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준다고 노스럽그루먼은 강조한다. 여러 센서에서 들어오는 항적 정보를 융합한 뒤 여러 슈터에 뿌려준다. 지금까지 방공 우산은 지역만 씌워줬는데, IBCS 덕분에 한 나라 전부도 가릴 수 있다. 노스럽그루먼은 IBCS를 큰 방패(Big Shield)라고 부른다.
노스럽그루먼은 또 IBCS의 운용 개념을 ‘플럭 앤 파이트(Plug and Fight)’라고 표현했다. 예전 컴퓨터에 주변 장치를 달려면 전용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요즘엔 주변 장치를 꽂으면 바로 쓸 수 있다. 이런 개념을 ‘플럭 앤 플레이(Plug and Play)’라고 한다. IBCS도 어떤 센서와 슈터와도 바로 연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틀원 시연회에서 보니 모두 15개의 항적이 나타났는데, 그 중 13개가 적이었다. 그 가운데 8개를 추적하고 있었다. 초음속미사일 1기,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3기, 지상발사순항미사일(GLCM) 2기, 탄도미사일 2기였다. 아군은 패트리엇(PAC) 3 MSE 2기로 GLCM 2기를 요격하는 중이었다. 아군 항적 2개가 PAC 3 MSE였다.
IBCS는 센서가 탐지한 항적을 적(빨간색)과 아군(하늘색)으로 나눴다. 각각 항적엔 분류번호, 속도, 고도, 거리, 탐지시간, 종류의 정보가 붙었다. 그리고 탐지 중인지, 추적 중인지를 보여줬다. 그리고 적 항적에 대해 대응하는 아군 슈터 종류, 잔탄, 교전 여부가 보였다.
“복잡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
IBCS는 5t 트럭에 실을 수 있는 이동식 EOC(교전운용센터)와 텐트에 설치할 수 있는 ICE(통합협동환경)가 핵심이다. EOC는 개별 센서와 슈터와 함께 있고, ICE는 여러 개의 EOC의 허브 역할을 한다. EOC와 ICE는 안테나로 연결한다. ICE는 IFCN(통합화력통제 네트워크)를 통해 최대 10대의 워크스테이션을 통제한다.
켄 토드로프 노스럽그루먼 부사장은 “이미 다양한 센서와 슈터와 통합해 제대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며 “엄청난 양의 정보가 모이고 융합한 뒤 전달하는 게 지연시간(latency) 없이 실시간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적이 전파방해와 같은 전자전을 걸어 전선 가까운 센서가 먹통이 되더라도 후방의 장거리 센서가 이를 탐지한다. 인공지능(AI)이 각각의 정보를 재빠르게 비교·분석한 뒤 정확한 정보로 가공한다. 적이 미사일·로켓·무인기 등 섞어쏘기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IBCS는 하나하나 가려낸다.
슈터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적 항적을 상대로 여러 개 슈터가 동시에 교전할 수 있다. ‘총알 낭비’다. 그런데 IBCS는 각각 적 항적에 어떤 아군 슈터가 교전 중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최적의 슈터를 알려준다.
에비에이션위크의 한국통신원 김민석씨는 “한국도 장거리 방공체계인 L-SAM과 중거리 방공체계인 천궁Ⅱ를 연동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도 “IBCS는 그보다 더 포괄적인 상위 체계”라고 설명했다.
미 육군은 2023년부터 IBCS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에 먼저 IBCS를 배치하고 있으며, 올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전개할 예정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 IBCS를 25억 달러(약 3조 6000억원)에 계약했다.
다영역 작전 환경을 마련하려는 미국
IBCS가 나온 배경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있다. 당시 미 육군의 패트리엇 포대는 영국 공군의 토네이도 전폭기 1대를 이라크·쿠웨이트 국경 상공에서 격추했다. 영국군 승무원 2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오인사격(Friendly Fire)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은 더 효율적인 방공 작전의 방법도 모색했다. 그래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레이더로 패트리엇 미사일을 발사하는 시험을 여러번 했다. 이렇게 하면 패트리엇 미사일은 탐지거리(최대 600㎞)가 더 긴 사드의 X밴드 레이더(AN/TPY-2)를 통해 좀 더 먼 거리에서부터 적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의 SM-6 미사일이 미 육군 저층 미사일방어 레이더(LTAMDS)의 유도를 받고, 미 육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미 공군의 F-35A APG-81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지원을 받는 시험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IBCS가 이 모든 걸 이뤘다.
미 해군은 IBCS와 비슷한 CEC(합동교전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 공군은 ABMS(첨단전투관리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미 육군의 IBCS, 미 해군의 CEC, 미 공군의 ABMS를 묶고 해병대와 우주군까지 아우르는 JADC2(합동 전영역 지휘통제)를 개발하고 있다. 요즘 화두인 ‘다영역 작전’을 위한 환경을 착착 마련하고 있다.
한국에 IBCS 도입할 수 있을까
노스럽그루먼은 올해 말 주한미군에 IBCS가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IBCS는 한국이 솔깃할 전력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미국과의 연합작전을 통해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한국도 IBCS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노스럽그루먼은 손쉽게 한국의 L-SAM, 천궁Ⅱ를 IBCS에 통합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북한의 또 다른 위협인 방사포, 특히 전방에 다량으로 배치한 122㎜와 240㎜, 그리고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는 600㎜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센서와 슈터가 있으면 IBCS에 통합할 수 있다고 노스럽그루먼이 밝혔다.
그러나 실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사일 방어 전력을 미국에서 수입하면 매번 따라붙는 논쟁이 있다. 이른바 ‘MD 논란’이다. 미국의 센서나 슈터를 들여오면 결국 한국이 미국 본토나 해외 미군기지를 지키는 ‘경비견’ 신세가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체제 아래 들어가면 중국이 가만 있지 않을 테고, 그려면 중국 수출에 많이 기대는 한국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고각발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막으려고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려 하는 과정이 지난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를 통합하는 IBCS에 대해 경기를 일으킬 여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고개’를 넘어야만 IBCS 도입을 바랄 수 있다.
권명국 전 방공포병 사령관은 “IBCS가 분명 미사일 방어 능력을 높여줄 수 있을 전력”이라면서도 “도입에 앞서 군 당국의 방공은 육군과 해군, 공군이 따로 노는데 IBCS가 제대로 활용할지 의문”이라면서 “새로운 전력을 들여오는 데 앞서 통합방공 체제를 만드는 게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