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벨라루스 대통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나라들이 최고위급 상봉을 조직할 것을 제안했다는 타스 통신 보도가 있다"며 "최소한 내가 알고 있기에는 그러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벨라루스 국영 통신사에 따르면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025년 대외무역 문제 관련 자국 내 회의에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북한 등 5개국이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의를 조직하자는 제안을 보내왔다"고 언급했다. 김여정의 이날 입장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나는 벨라루스 측이 공화국(북한)과의 최고위급 접촉을 적어도 두 해 전부터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데 대하여 잘 알고 있다"며 "지난 17일 타스 통신 보도문의 문맥을 그대로 이해한다면 벨라루스 측의 요망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벨라루스에 정상회의를 요청한 적이 없고, 오히려 벨라루스가 북한과의 정상외교를 원한다는 취지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7월 26일 김덕훈 내각총리가 방북중인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을 25일 만수대의사당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뉴스1
이는 해당 사안이 정상외교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점에 러시아-벨라루스-북한으로 이어지는 '불량 핵 연합' 구축을 적극 모색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카센코가 언급한 건 다자 정상회의에 가까운데, 김여정은 이를 양자 정상회담처럼 표현하고 부정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노골적으로 지원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대표적인 친러국가"라며 "2023년 6월부터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는 등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김여정은 여전히 협력의 여지도 남겼다. 김여정은 "우리와의 협조적인 관계발전을 희망한다면 자기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사실 여부와 솔직성은 국가 간 쌍무관계에서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벨라루스 측이 이러한 입장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와의 친선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발전을 지향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고 기꺼이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