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안 어울려" 논란 커지더니…베일 벗은 '백설공주' 결국

디즈니 영화 '백설공주'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레이철 제글러. AP=연합뉴스

디즈니 영화 '백설공주'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레이철 제글러. AP=연합뉴스

 
라틴계 배우가 주연을 맡은 디즈니 실사 영화 '백설공주'(Snow White)가 15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최소 수천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디즈니의 올해 주요 신작이지만 캐스팅 단계부터 끊이지 않은 논란을 의식한 듯 시사회는 배우들의 레드카펫 인터뷰도 생략한 채 조용히 진행됐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에서 주인공 백설공주 역의 레이철 제글러와 여왕 역의 갈 가도트 등 주연 배우들은 언론 접촉을 최소화하며 영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갔다.

디즈니는 지난 12일 스페인에서 진행한 유럽 시사회에서도 언론 매체를 거의 초청하지 않은 채 행사를 치렀다. 디즈니의 이같은 행보는 영화의 캐스팅이 알려진 2021년부터 이어진 갖은 구설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화 원작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를 실사 뮤지컬 영화로 새로 제작한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콜롬비아 출신 어머니를 둔 라틴계 미국 배우 제글러가 맡았다.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디즈니 팬과 보수 진영에서는 원작에서 새하얀 피부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 백설공주 역에 제글러의 외모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왔다.

제글러의 거침없는 언행은 논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제글러는 당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그래, 나는 백설공주지만 그 역할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또 1937년에 만들어진 디즈니의 '백설공주'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이상하다"면서 영화 속 백설공주가 "자신을 말 그대로 스토킹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 인터뷰에서는 이번에 만들어지는 영화에서 백설공주는 "왕자에 의해 구해지지 않을 것이며 진정한 사랑을 꿈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글러는 SNS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원색적인 욕을 하거나,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문구를 올리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도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영화 기획 자체가 왜소증 환자에 대한 구시대적 편견을 재생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왜소증 배우인 피터 딘클리지는 디즈니가 '백설공주'를 다시 제작하는 것 자체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제글러는 최근 패션잡지 보그 멕시코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느끼는 것의 일부가 되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백설공주'는 한국에서 오는 19일, 미국에선 같은 달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