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공원 나무 200그루 사라졌다...전주 '550억 사업' 뭐길래

전주 덕진공원 내 나무가 잘린 채 밑동만 덩그러니 남았다. 전주시는 지난 1월부터 '열린광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재까지 공원 내 나무 200여 그루를 제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 덕진공원 내 나무가 잘린 채 밑동만 덩그러니 남았다. 전주시는 지난 1월부터 '열린광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재까지 공원 내 나무 200여 그루를 제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550억 들여 전국적 명소화 추진  

연꽃 군락지로 유명한 전북 전주 덕진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주시가 수백억원을 들여 관광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원 내 나무 200여 그루를 제거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자 환경단체가 “무분별한 벌목”이라고 발끈하면서다. 최근 2년 새 전주천·삼천 버드나무 수백 그루를 베어내 홍역을 치른 전주시가 또다시 난개발 논란에 휩싸였다.

16일 전주시에 따르면, 우범기 전주시장은 2023년 8월 ‘덕진공원 관광지 육성 사업 종합 계획’을 발표했다. 2028년까지 22개 사업에 550억원을 들여 덕진공원을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한 전국적 명소로 키우겠단 구상이다.

이 사업 중 하나로 지난 1월부터 ‘열린광장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9만9174㎡ 크기의 덕진연못과 연못 한복판에 ‘ㄱ’자 형태 한옥으로 지어진 연화정 도서관을 공원 바깥에서도 볼 수 있게 소나무·느티나무·중국단풍·목련 등 나무 350그루와 언덕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호수 조망권 확보 ▶안전한 보행 환경 마련 ▶도시 미관 개선 등이 사업 목적이다.

2022년 6월 전주 덕진공원 연못 위에 세워진 연화정 도서관. 연못 주변에 나무가 울창하다. 사진 전주시

2022년 6월 전주 덕진공원 연못 위에 세워진 연화정 도서관. 연못 주변에 나무가 울창하다. 사진 전주시

환경단체 “경관 훼손하는 난개발”

하지만 공사 과정에서 소나무 군락이 울창하던 취향정 앞 둔덕은 파헤쳐지고, 밑동만 남은 나무가 수두룩하다. 현재까지 150그루는 전주 혁신도시 공원 등에 옮겨 심고 50그루는 베었다고 한다. 전주시는 둔덕을 깎고 나무를 벤 자리에 32억원을 들여 각종 행사 등을 위한 천상열차분야지도(조선 초기 천문도) 광장과 잔디마당을 만들고, 화강석 판석도 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전북환경운동연합·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 7개 시민·환경단체는 지난 12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원 조망은 이용하는 사람이 우선이고, 건너편에서 볼 때 멋진 숲 경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벌목은) 덕진공원 전체 경관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해당 사업은 덕진공원의 생태·경관·역사·문화적 기능을 고려하지 않고 관광적 요소만 중심에 둔 난개발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이번 벌목은 전주시 도시공원위원회가 강조한 나무 그늘의 필요성과도 배치되고 인근 주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있는 그늘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안정화한 수림 경관을 황량한 공간으로 만드는 예산 낭비이자 시민 이용에 불편만 주는 게 이 사업의 본질”이라며 “전주 대표 시민공원이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시장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전주 덕진공원 내 소나무 군락이 있는 둔덕 곳곳이 파여 있다. 전주시는 소나무 수십 그루를 다른 곳에 옮겨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뿌리를 흙과 함께 천으로 감싼 뒤 노끈으로 묶어 고정했다. 이곳에 열린광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전주시가 지난 1월부터 추진 중인 '덕진공원 열린광장 조성 사업' 현장.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전북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광장 조성 사업'은 덕진공원 전체 경관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사업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 “전문가·주민과 소통”

이에 대해 전주시는 “자문 절차를 충분히 거쳤고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도 진행했다”며 “현장 여건상 상수관로와 전기시설 매설물이 뿌리와 얽혀 있어 온전히 옮길 수 없는 수목과 병해충에 감염된 수목, 수형(나무 모양)이 좋지 않은 나무 등 50그루는 불가피하게 제거했다”며 “수목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 (사업 대상 350그루 중) 나머지 150그루는 열린광장 조성 후 재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환경단체 간담회와 지역 주민 소통을 통해 사업 추진 과정에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시는 지난 2023년 3월에도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전주시·삼천 주변 11㎞ 구간에 있던 수령 20년 안팎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억새밭 3800㎡도 갈아엎었다. 당시 환경단체는 “반생태적인 버드나무 학살”이라고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전주시는 “벌목 작업을 중단하고 시민과 충분히 협의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남아 있던 버드나무 76그루마저 베어냈다.

전북 전주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가 2023년 3월 전후로 잘려 나갔다. 사진은 전주천 일대로 벌목 전(왼쪽)과 후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 전주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가 2023년 3월 전후로 잘려 나갔다. 사진은 전주천 일대로 벌목 전(왼쪽)과 후 모습.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 덕진공원의 역사
전주 덕진공원은 일제 강점기인 1938년 5월 공원으로 지정됐다. 덕진연못(덕진호)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연꽃을 추가로 심어 경관을 관리했다고 한다. 1978년 4월 전주시 시민공원으로 지정됐다.

1980년 덕진연못을 가로지르는 명물(현수교)인 '연화교'가 놓이고, 연꽃축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공원 규모는 총 면적 14만8761㎡로 녹지가 3분의 1, 고려시대 전후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덕진호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호수에 펼쳐진 드넓은 연꽃 군락지는 전주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전주시는 2013년 한옥마을과 연계한 관광지 육성 등을 위해 덕진공원 재정비에 들어갔다. 한옥 도서관인 연화정과 돌다리 연화교, 소나무 숲, 잔디 주차장, 숲 놀이터 등이 조성됐다. 이 과정에서 옛 현수교·연화정 철거와 과도한 시설 등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전주시는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원만히 사업을 마무리했다고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