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개혁신당 내홍이 20일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당원소환을 추진하는 이준석 의원 측과 허 대표 측이 충돌하면서다.
창당 1주년을 맞은 개혁신당의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시작도 전에 허 대표 측과 친이준석계 지도부의 대립으로 얼룩졌다. 친이계인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원,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 김철근 전 사무총장은 이날 “허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에 대한 소환 요구가 굉장히 거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 1만6000장의 당원소환 요청서와 임시전당대회 소집 요구서를 국회 회의장에 들고 왔다.
이 과정에서 허 대표 측 정재준 비서실장과 조용진 대변인이 서류 반입을 막자 이기인 최고위원은 “막을 근거가 없다. 업무방해”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당원소환제는 당 대표를 포함한 당직자가 당헌·당규 등을 위반해 당의 위신을 해치거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치게 할 경우 당원이 소환해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이 의원 측은 “당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당원소환제를 통해 허 대표 사퇴시키려 하고 있지만 허 대표는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한 달 넘게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천 원내대표는 최고위서 “당원의 총의가 담긴 요청서를 갖고 회의장에 입장하려 하는데 당 대표 측근이라는 분들이 물리적으로 저지하려고 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당원의 의사가 담긴 종이가 최고위원회에 들어오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오늘(20일) 리얼미터 기준으로 당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다. 저를 포함한 허은아 2기 지도부는 실패했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그러자 허 대표는 “당헌·당규상 당원소환제는 당무감사위원회에 청구하게 돼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박했고, 천 원내대표와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은 이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들이 퇴장한 뒤 허 대표 측 지도부 인사들은 당무감사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본격적인 몸싸움은 이렇게 최고위가 끝난 뒤 시작됐다. 당원 서명을 대표 청구한 이경선 서울시당위원장이 서류를 가지고 가려고 하자 허 대표 측 당직자들이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일부 당직자들이 “제출한 것을 왜 가져가느냐”, “증거인멸”이라고 막자 이 위원장이 이를 밀치면서 충돌했다. 한 여성 당직자는 몸싸움 중에 밀려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허 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창당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자리를 지키는 건 내 욕심 때문이 아니다. 우리 당이 제대로 서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면 물러날 것”이라며 지도부 총사퇴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당원소환제 소환요청서를 대표에게 직접 보여주는 저의는 무력적 보여주기였다. 절차에 따라 공당답게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이 의원을 향한 작심발언도 이어졌다. 허 대표는 “작년 12월 16일부터 제게 오물이 뒤집어 씌워지고 쓰레기를 던져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악녀가 돼서 미움받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는 분들은 알 것”이라며 “우리가 그저 ‘이준석당’에 머무르지 않고 원칙과 상식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먼저 공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일본 출장 중인 이준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냥 절차대로 가면 안 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최근 정치적 상황에서 배운 걸까요”라며 허 대표를 윤석열 대통령에 비유하는 듯한 글을 적었다. 그러면서 “당원의 의사는 충분히 확인되었고, 이제 절차를 막으려고 물리력으로 저지하는 모습까지 나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