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지난 21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피의자(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도 최근 출석을 통보하는 등 12·3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성재 법무부장관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에 출석한 모습. 김성룡 기자
검찰이 특정한 지난해 12월 3일 국무회의 참석자는 윤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현 대통령 권한대행),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11명이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배석했다.
검찰은 당시 국무회의가 심의를 위한 최소 의사정족수(11명)는 채웠지만 헌법·계엄법상 계엄 심의의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하자 있는 국무회의”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국무회의에 비상계엄 선포 안건이 의안으로 제출되지 않은 점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이기 전에 국무총리 및 소수 국무위원들과 비상계엄에 대한 비공식적 의견만 교환한 점 ▶11명 모인 후에 국무위원들이 안건의 내용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계엄 선포 통보만 들은 점 ▶국무회의 간사인 행안부 의정관에 의한 국무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점 등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사전에 계엄을 알지 못한 국무위원 대다수는 무혐의 처분할 전망이다.
검·경·공 3각 수사…尹 기소 뒤 국무위원 처분할 듯
다만 검찰의 국무위원 처분 시점은 윤 대통령 기소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관련 수사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돼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기록을 모두 넘겨받은 뒤 통합적 판단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상민 전 장관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윤 대통령과 함께 검·경으로부터 이첩받아 단독 수사 중이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장관은 허석곤 소방청장의 지난 13일 국회 행안위 증언으로 계엄 당일 MBC·JTBC·한겨레신문 등 일부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나 22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관련 의혹 질의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지난 14~17일 소방청 간부들을 차례로 참고인 조사했으나 “이 전 장관 소환조사는 아직 진행 전”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 전 장관과 함께 계엄 다음날 ‘안가 회동’ 4인방으로 꼽히는 박성재 장관은 경찰 조사에 이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회동에는 김주현 민정수석, 박 장관, 이 전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경찰 조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제출한 답변서 등을 통해 “비상계엄에 반대했으며, 포고령 내용을 몰랐다”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의 경호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최 대행에게 “참고하라”며 실무자를 통해 건넸다는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가 담긴 이른바 ‘최상목 쪽지’ 역시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국회 해산을 전제하는 비상입법기구는 구상 자체만으로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국헌 문란의 목적이 성립할 수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전날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서 “저는 준 적 없고 나중에 언론에서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알았다.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밖에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