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 청장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올해 주요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지 청장은 AI를 코로나19 이후 팬데믹을 일으킬 유력한 감염병으로 꼽으면서 “국내에서 인체 감염 사례는 한 건도 없지만,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 중증 및 사망 사례가 계속 발생하며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AI는 보통 야생조류를 통해 전파되지만, 최근 가금류·포유류 등으로부터 인간이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고병원성 AI(H5N1)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
백신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 청장은 “다른 나라들은 H5N1 백신을 비축하고 있다”며 “우리는 작년에 비축을 위한 예산 확보가 안 됐는데, 올해는 꼭 확보하겠다”고 했다. 팬데믹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확보를 위해 올해 6개 연구 과제를 추진한다.
올해 질병청은 각종 감염병 유행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지역사회 하수 감시를 확대하고, 인공지능·수리·통계 분야 전문가와 협력하는 ‘한국형 감염병 예측 허브’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만성질환과 건강을 해치는 외부 요인에 대한 관리에도 나선다. 노인의 신체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노쇠’를 늦추기 위해 예방관리 전략을 짜기로 했다. 최종희 질병청 만성질환관리국장은 “지난해 이뤄진 연구에서 노인의 8%가 이미 근육이 감소하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등 노쇠한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노쇠 단계와 거주 유형에 맞춘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는 손상예방법에 따라 종합계획을 세우고, 중앙손상관리센터의 설립도 추진한다. 손상은 질병을 제외한 각종 사고·재해 등 외부 위험요인으로 인해 생기는 건강상 문제를 뜻한다. 지 청장은 “손상은 국내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분야”며 “전문가와 8개 정부 부처가 합동 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적으로 국가가 예방·관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