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장율 2% 턱걸이… 계엄 충격 4분기는 0.1%에 그쳐

9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소비와 건설 투자 등 내수 부진에 더해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며 2% 성장에 그쳤다. 이는 전년 성장률(1.4%)보다는 높았지만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예상한 2.2%보다 0.2%포인트 낮은 결과다.

한국은행은 2024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 속보치)이 0.1%에 머물렀다고 23일 밝혔다. 분기별 성장률은 2023년 1분기부터 다섯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0.2%로 하락했다. 당시 한국은행과 정부는 1분기의 '깜짝 성장'(1.3%)으로 인한 기저효과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이후 3분기(0.1%)와 4분기(0.1%)에도 성장 반등은 미미했다. 특히 4분기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전망치(0.5%)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비상계엄으로 소비와 건설 경기가 위축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전망치와 큰 차이가 난 게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인지, 아니면 초기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결국 4분기 경제 성장이 부진하면서 지난해 연간 GDP 성장률은 2.0%에 그쳤다.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의류와 신발 같은 준내구재와 의료·교육 서비스 중심으로 0.2%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수혜를 중심으로 0.5% 늘었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호조로 1.6% 증가했다. 반면,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의 동반 부진으로 3.2% 감소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0.3% 증가했지만, 수입은 자동차와 원유를 중심으로 0.1% 감소했다.

4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설비투자로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렸다. 민간소비, 정부소비, 순수출(수출-수입)도 각각 0.1%포인트씩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건설투자는 성장률을 0.5%포인트 하락시키며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업종별로는 제조업(0.1%)과 서비스업(0.3%)이 성장했으나, 농림어업(-3.9%), 전기·가스·수도업(-2.9%), 건설업(-3.5%)은 후퇴했다.

한편 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0.6%로, 실질 GDP 성장률(0.1%)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