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의 Find 다이닝 ㉕ 티노마드 모리
“‘이상적인’ 스키야키를 찾는다면 바로 이곳 …신의 시간, 5분이 주는 마법의 맛”
STORY
“10여년 전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속 ‘이상적인 스키야키’라는 에피소드를 재밌게 봤죠. 일본에서는 가정 수 만큼이나 스키야키 조리법이 다양하다고 하는데,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스키야키에 대해서 만큼은 아주 황소 고집을 가진 친구였어요. 여자친구의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으러 간 자리에서도 예비 처가댁의 스키야키에 대해서만 생각하죠. 그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면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키야키’를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주제에 맞춰 메뉴와 식당의 콘셉트를 완전히 바꾸며 ‘시즌제 식당’을 표방하는 이곳은 그간 육수가 넉넉한 관동식 스키야키, 구름 솜사탕이 올라간 스키야키, 프렌치 비스트로, 디저트 카페 등으로 변신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는 ‘이상적인 스키야키’라는 제목으로 관서식 스키야키를 선보이는 네 번째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손님에게 늘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싶은데 여러 개의 식당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시즌제 식당’을 떠올려봤죠. 제대로만 하면 괜찮은 사례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본적으로는 문을 여는 순간 일본에 오신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게 하고 싶어서, 가게 외벽의 나무나 내부의 작은 등부터 식기나 나무통까지 많은 것을 일본에서 공수해왔어요.”
그의 노력처럼 일본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티노마드 모리’는 방문객들 사이에서 ‘작은 교토’로 소문이 자자하다. 공간 뿐 아니라 음식 역시 일본의 그것, 특히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이상적인 스키야키’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팽이버섯은 30˚, 표고버섯은 50˚, 곤약면과 두부는 각각 60˚와 90˚라고 강조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김 대표 역시 작품에 나오는 구성과 구도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이처럼 한 그릇에 스키야키를 만드는데 정성과 진심을 쏟은 만큼, ‘티노마드 모리’를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도란도란 함께 앉아 가득 찬 냄비의 재료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음식인 만큼 가족 단위 고객부터 연인과 친구들까지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점심에 두 번, 저녁에 두 번. 평균적으로 하루 네 타임 예약을 받아 운영하지만, 빠르면 한 달 전에 전체 좌석이 마감되는 날도 적지 않다. 그저 한 끼 식사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이 여행 온 기분을 느끼고, 건강한 음식을 기분 좋게 즐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김종원 대표. 그는 앞으로도 ‘이상적인’ 스키야키를 선보이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EAT
그는 이것을 두고 ‘신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티노마드 모리’의 스키야키는 작품 속 그것을 고스란히 구현했지만, 재현을 넘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한층 더 ‘이상적인’ 스키야키를 만들어냈다. 특히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김종원 대표는 매일 가게 앞 망원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온다. 덕분에 스키야키에 들어가는 양파, 대파,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두부, 쑥갓, 당근, 새송이버섯. 청경채, 알배추 등 모든 채소에서는 풋풋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프랑스 요리 학교 출신답게 그는 재료를 센 불에 놓고 익히는 프렌치 요리 기법인 ‘세지르’를 대파와 양파에 활용해 그 맛과 풍미를 한층 더 한다. 대파는 센 불에 굽고, 양파는 찌듯 구워내는데 이러한 미묘한 조리법의 차이 덕분에 ‘티노마드 모리’의 스키야키는 고기 외에도 채소가 맛있는 집으로 손꼽힌다. 고기 역시 마블링이 촘촘한 호주산 와규를 고집해 한층 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일품인 것은 심혈을 기울여 섬세한 비율로 만들어낸 소스다. 그는 일본 현지 가게에서 두 종류의 술을 활용한 비법 소스를 직접 전수받았다고. “술을 배합해 졸이면 복합적인 단맛과 감칠맛이 올라와 풍미를 더하죠. 설탕으로는 만들 수 없는 단맛의 레이어가 생겨요. 그 복잡하고 은은한 단맛이 핵심입니다.” 그의 설명처럼 이곳의 소스에서는 빈틈이나 공백 없이 풍부한 풍미로 가득 찬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고기와 채소를 거의 다 먹은 뒤 마지막에 육수가 자작하게 남았을 때 우동을 넣고 졸이듯 끓여 육수가 스며든 면을 시치미와 먹는 것도 별미다. 감칠맛 가득한 육수를 한껏 머금은 쫄깃한 면은 한 끼 식사를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마침표와 같다.
김성현 푸드 칼럼니스트 cooking@joongang.co.kr